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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두는 여자는 아름답다!”

서귀포 칠십리, 포항 포스코케미칼 연파하고 9월 3일 챔피언결정전 진출

등록일 2019.08.28조회수 3,149

▲ <서귀포 칠십리>의 강점은 1~3주전의 기량이 고르다는 데 있지만 그 중심축은 포스트시즌 3연승의 조승아(오른쪽).

8월 28일 오전 10시 홍익동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TV 스튜디오 특별대국실에서 2019 한국여자바둑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 이영신 감독이 이끄는 <포항 포스코케미칼>과 이지현 감독의 <서귀포 칠십리>의 오전경기가 시작됐다(앞쪽이 서귀포 칠십리). 장고대국 오정아(흑)-조혜연(백), 속기1국 조승아(백)-강지수(흑)의 오전경기 오더(1, 2국의 결과가 1승 1패일 때 10분 전 3국 오더를 제출하고 20분 뒤에 오후경기를 속행한다)가 재미있다.

하루 전 1차전에서는 <서귀포 칠십리>가 <포항 포스코케미칼>을 2-1로 꺾어 정규리그의 패배를 설욕했는데 2차전의 오더를 보면 더 이상 뒤가 없는 <포항 포스코케미칼>의 비장한 투지가 느껴진다. 1~3주전의 기량 편차가 미미해 누구를 어디에 배치하든 비슷한 압박효과를 발휘하는 <서귀포 칠십리>에 비해 에이스 조혜연의 존재감이 두드러진 <포항 포스코케미칼>이 조혜연-강지수 1, 2주전을 전진 배치했다는 것은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그 하나는, 오전경기(장고대국, 속기1국)에서 승부를 끝내겠다, 오후경기(속기2국)까지 끌고 가지 않겠다는 ‘올인전략’이고 또 하나(왕천싱의 출전을 전제할 때)는 승부수를 3국에 감추는 ‘허허실실’전략이다.

바둑TV 해설진(진행-배윤진, 해설-홍성지)은 하루 전 동갑내기 2주전 격돌의 리턴매치로 이어진 속기1국 강지수(흑)-조승아(백)의 대결을 주목했다. 1차전에선 강지수가 속사포 같은 행마로 좌하 전투에서 기선을 제압하면서 전국을 주도했으나 우려할 만큼 빠른 착수로 진행하다가 우상 쪽의 실족 하나로 반전의 빌미를 줬고 결국, 종반 끝내기까지 침착하게 따라붙은 조승아에게 역전패했다.

절묘하게 다시 맞붙은 2차전에서도 강지수의 빠른 수읽기가 문제를 일으켰다. 우변 접전 중 백이 우하귀로 손을 돌려 흑의 단점을 끊어갔을 때 흑은 간명하게 선수 처리하고 우상 쪽 백 두 점을 잡았으면 확실하게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백이 끊어온 우하귀에서 반격수단을 찾아낸 강지수가 완강하게 버티는 순간 백이 선수를 뽑아 우상 쪽으로 전환, 백 두 점을 두텁게 살려내면서 순식간에 백 우위의 국면이 됐다. 이후는 조승아의 독주. 일체의 몸싸움을 피하면서 알기 쉽게 집을 짓고 지키는 안전운행으로 깔끔하게 승리를 굳혔다.

장고대국은 하루 전, 오정아가 ‘조혜연 선수와 두고 싶다’는 희망사항(?)이 이루어졌다. 이영신 감독이 오정아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정규리그에서 단 한 번도 장고대국에서 나서지 않았던 조혜연의 장고대국 출전은 확실히 이례적이었다. 대국은 중반전까지 백이 편안한 흐름에서 우상 쪽 흑의 진영에 백이 뛰어들면서 급류를 타는 험악한 국면이 됐는데 치열한 수읽기의 격전 끝에 침입한 백이 흑의 울타리를 뚫고 나와 승세를 굳혔다. 오정아도 그냥 물러서지 않고 상변 백의 진영에 침투, 패가 걸린 대마사활에 명운을 걸었고 그 와중에 좌하귀 패를 해소하며 최강으로 버텼으나 승기를 잡은 조혜연은 마지막까지 흔들림 없이 우변까지 흘러나간 대마를 추격, 포획하면서 승부를 끝냈다. 포스트시즌 3승.

그러나 <포항 포스코케미칼>의 승운은 거기까지였다. 1, 2주전을 오전경기에 모두 배치한 ‘올인’전략은 오전경기에서 끝내지 못하면 위험한 도박이었다. 1승1패의 상황에서 이어진 오후경기, 김수진(서귀포 칠십리)와 김제나(포항 초스코케미칼>의 속기2국은 정규리그 내내 1주전에 가까운 활약을 펼친 백전노장과 패하는 순간 팀의 챔피언결정전 진출이 좌절되는 중압감을 고스란히 견뎌야 하는 신예의 대결. 이변이 없는 한 <서귀포 칠십리> 쪽으로 기울어진 승부였다. 결과도 그렇게 됐다. 백을 쥔 김제나는 초반 포석부터 중반전까지 당당하게 맞서 앞서 가는 듯했으나 우변 접전 중 갑자기 상변 흑의 세력권으로 뛰어들어 곤마로 쫓기는 고행을 자초하면서 자멸했다. 자신의 패배가 곧 팀의 탈락이라는 것을 의식해 처절하게 버텼으나 돌과 돌이 부딪치면 최강의 전력을 발휘하는 김수진의 공격을 막아내지 못했다. 플레이오프 1, 2차전을 쓸어 담은 <서귀포 칠십리>는 9월 3일 오전 10시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부안 곰소소금>과 챔피언결정전 1~3차전 첫 경기를 치른다.

한국기원이 주최ㆍ주관하는 2019 한국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로 정규리그를 치러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상위 4개팀을 가려낸 후 스텝래더 방식으로 챔피언을 가린다. 우승상금은 5000만원, 준우승상금은 3000만원이다.

▲ 장고대국(조혜연-오정아) 돌 가리기. 좀처럼 장고대국에 얼굴을 비치지 않았던 조혜연의 출전은 이례적이다.


▲ 정규리그 <포항 포스코케미칼>의 성적. 용병 왕천싱의 빈 자리가 허하다.


▲ 정규리그 <서귀포 칠십리>의 성적. 오정아-조승아-김수진 트리오 철벽이 강점.


▲ 지금부터 플레이오픈 2차전을 시작하겠습니다. 김동면 심판위원. 대국개시선언은 오전, 오후 두 번한다.


▲ 플레이오프 2차전 오전경기. 장고대국과 속기1국. 1승 1패의 상황일 때만 오후경기(속기2국) 진행.


▲ 조혜연 선수를 만나고 싶다고 말했고 원하는 대로 됐다. 강자와 맞서고 싶은 오정아로서는 후회 없는 한판.


▲ 얄궂게도 절묘하게 동갑내기 2주전끼리 하루만에 다시 마주쳤다. 강지수(흑)-조승아의 리턴매치.


▲ 설욕을 벼르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치열한 난전을 예상했는데 뜻밖에도, 초반 우하귀 실랑이 이외에는 몸싸움 없는 흐름이었다. 우하귀에서 선수를 뽑아 우상 쪽을 두텁게 선제한 조승아의 완승.


▲ 장고대국은 우상 쪽 흑의 진영에 백이 침투하면서 심각해졌다. 여기가 승부처다.


▲ 우상 쪽 흑의 벽이 뚫렸다. 흑은 상변 백의 진영에서 패가 걸린 사활에 명운을 걸게 됐는데..


▲ 결국, 상변에서 흘러나가 우변까지 이른 흑의 대마가 잡히면서 승부도 끝났다. 오정아로서는 우상 쪽 난전에서 실전과 다른 변화를 찾아야 했을 듯..


▲ 대국 때마다 머리카락이 온통 땀에 젖도록 혼신을 다하는 조혜연의 몰입과 승부근성은 후진들이 본받아야 할 귀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