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바둑 두는 여자는 아름답다!”

여수 거북선, 포항 포스코케미칼 3연패 나락으로 떨어뜨려

등록일 2020.06.04조회수 2,391

▲ 이겨도 3-0, 져도 3-0 도깨비팀 여수 거북선 이현욱 감독과 1지명 김혜민의 승리 인터뷰.

6월의 4일(목요일) 오후 6시 30분, 서울 홍익동 소재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이현욱 감독이 이끄는 여수 거북선과 이영신 감독의 포항 포스코케미칼의 3라운드 1경기가 이어졌다.

두 팀은 2라운드에서 각각 충격의 영봉패를 당한 동병상련의 처지인데 상황은 포항 포스코케미칼이 훨씬 나쁘다. 여수 거북선은 1라운드에서 삼척 해상케이블카를 3-0으로 일축한 승리가 있어 그런 대로 3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포항 포스코케미칼은 1, 2라운드에서 연패해 최하위로 주저앉은 상태다. 특히 지난 라운드에선, 여수 거북선에게 완패한 삼척 해상케이블카에게 선수 전원 패배를 기록하는 수모를 당해 분위기를 일신할 반전의 1승이 간절하다.

김민희 심판위원의 대국개시 선언과 함께 시작된 이 경기의 오더를 보면, 여수 거북선의 송혜령(2지명)과 포항 포스코케미칼의 도은교(4지명)가 맞붙은 제1국(장고대국)은 두 선수 첫 대결인데 리그 상위랭커로서 큰 승부 경험이 많은 송혜령의 우세가 예상되고 여수 거북선의 이영주(3지명)와 포항 포스코케미칼의 박지은(1지명)이 겨루는 제2국은 박지은 쪽으로 기울지만 휴식기 이전의 실전감각을 완전히 회복하지 못해 1, 2라운드에서 모두 역전패했다는 불안감이 이어지고 있다. 상대전적은 박지은 기준 2승 1패. 여수 거북선의 김혜민(1지명)과 포항 포스코케미칼의 김다영(2지명)이 격돌하는 제3국은, 상대전적은 김다영이 4승 2패로 앞서 있으나 어느 쪽이 승리해도 이상하지 않은 박빙의 싸움.

바둑TV 해설진(진행-배윤진, 해설-홍성지)이 꼽은 하이라이트는 포항 포스코케미칼 1지명 박지은의 첫 승에 초점에 맞춰진 제2국. 또 1라운드에서 삼척 해상케이블카의 1지명 조혜연을 꺾은 이영주가 또 한 번 1지명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다.

속기로 빠르게 진행된 제2국이 가장 먼저 끝났다. 포항 포스코케미칼의 불운을 예고하기라도 하듯 1지명 박지은(흑)이 또 역전패했다. 중반 좌하 쪽에서 백이 싹싹하게 물러서 흑이 좌하일대를 크게 차지해서는 흑이 나쁘지 않은 흐름이었다. 상변 흑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중앙 흑 일단이 무거워졌고 이 흑 대마가 하변으로 연결하는 사이 좌상일대 백의 세력이 구름처럼 일어나 고스란히 집으로 굳어버렸다. 종반 끝내기에서 이영주의 완착을 틈타 박지은이 맹렬하게 따라붙었으나 1집반의 차이를 더 좁히지는 못했다. 1지명 박지은이 1~3라운드 3연패를 기록하면서 이영신 감독의 시름도 깊어지게 생겼다. 팀에 선승을 안겨준 이영주는 1라운드 조혜연에 이어 또 다시 상대팀 1지명을 꺾는 수훈을 세워 이현욱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장고대국으로 펼쳐진 제1국, 여수 거북선의 2지명 송혜령(흑)과 포항 포스코케미칼의 4지명 도은교의 대결이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서로 한 수를 교환할 때마다 형세가 요동을 치는 난전으로 길게 늘어지는 사이, 제3국이 먼저 끝났다.

포항 포스코케미칼 2지명 김다영(백)의 송곳펀치를 묵직한 안정감으로 막아낸 여수 거북선 1지명 김혜민의 승리. 국지전으로 국면을 잘게 쪼개 우변 접전으로 이어질 때가지만 해도 AI 승률프로그램들은 김다영이 우위를 표시했는데 우변에 백이 젖혀 흑 2점을 잡는 사이 우상귀 쪽 백 일단이 떨어지면서 순식간에 흑의 승률이 급상승했다. 이후는 김혜민의 두터운 마무리. 제1국에 상관없이 여수 거북선의 승리가 결정됐는데 이현욱 감독과 1지명 김혜민이 승리인터뷰를 준비하는 사이 제1국도 끝이 났다.

여자바둑리그에 첫 발을 내딛은 포항 포스코케미칼의 4지명 도은교는 종반까지 승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팽팽한 형세를 유지하며 선전했으나 결국, 경험 부족으로 무릎을 꿇었다. 송혜령이 사실상 백의 집이었던 좌변을 모조리 무너뜨리고 우하귀 패를 버티자 돌을 거두었다. 여수 거북선은 또 다시 선수 전원 승리를 기록하며 리그 3위를 지켰고 포항 포스코케미칼은 1~3라운드 3연패의 늪에 빠져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다.

2020 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 총 56경기, 168국으로 3판 다승제(장고 1국, 속기 2국)로 겨루며 두 차례의 통합라운드를 실시한다. 9월에 열리는 포스트시즌을 통해 정규리그 상위 4개팀이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으로 열리는 스텝래더 방식으로 여섯 번째 우승팀을 가려내는데 단판으로 열렸던 준플레이오프는 2경기로 늘렸다. 3위 팀은 1경기 승리 또는 무승부일 때, 4위 팀은 2경기 모두 승리해야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을 수 있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전년과 동일한 3경기로 열린다. 바둑TV를 통해 매주 월~목요일 오전 10시에 중계됐던 여자바둑리그는 이번 시즌부터 목~일요일 오후 6시 30분으로 옮겨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2020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상금은 각 순위별 500만원 인상해 우승팀에게는 5500만원이, 준우승 3500만원, 3위 2,500만원, 4위 1,500만원이 주어진다. 우승상금과 별도로 책정되는 대국료는 전년과 동일한 승자 100만원, 패자 30만원이다.

▲ 여수 거북선 대기실에 들른 이성재 9단과 담소 중인 이현욱 감독.


▲ 오늘은 좀 어떻게 이겨봅시다. 패배가 이어지면 선수고 감독이고 다 피가 마른다. 목이 타는 포항 포스코케미칼.


▲ 반칙하고 규정 위반하면 팀 몰수패도 있어요. 대국개시 선언하는 김민희 심판위원.


▲ 여수 거북선 송혜령(흑)의 선착. 상대는 포항 포스코케미칼의 도은교. 첫 대결이다.


▲ 포항 포스코케미칼의 1지명 박지은(흑)은 실전감각 회복이 숙제다. 판을 잘 짜놓고도 번번이 종반에 역전패. 오늘 상대는 2승 1패로 앞서 있지만 만만치 않은 여수 거북선의 이영주.


▲ 포항 포스코케미칼의 도은교는 데뷔전이다. 자주 출전하려면 감독의 눈도장을 찍어야 하는데 승리가 최고의 조건.


▲ 제2국이 가장 먼저 끝났다. 여수 거북선의 3지명 이영주가 포항 포스코케미칼의 1지명 박지은을 꺾는 수훈을 세웠다.


▲ 안 풀리는 박지은. 오늘도 앞서 나가다가 뒤집히는, 같은 패턴으로 역전패했다. 당사자도 감독도 승리의 갈증에 목이 탄다.


▲ 세 번 대국에 두 번을 상대팀 1지명과 싸워 이겼다. 이러다가 1지명 킬러되는 거 아냐? 여수 거북선 이영주 승리인터뷰. 소감은 의외로 소박하다. 지난해보다 조금 더 잘 했으면 좋겠다니.


▲ 제3국도 끝났다. 여수 거북선의 6년 터줏대감 김혜민. 기복 없는 안정감으로 든든한 승리의 주춧돌이 된다.


▲ 포항 포스코케미칼의 김다영은 2지명이지만 1지명급이다. 상대전적도 4승 2패로 앞서 있었는데 오늘은 송곳펀치가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 표정천재 송혜령. 오늘은 복어언니 컨셉트. 1지명 김혜민과 더불어 여수 거북선의 쌍포다. 한번 리듬을 타면 누구도 싸워도 밀리지 않는다. 오늘? 이겼지이~~.


▲ 여기서 이렇게 두었으면 좋았잖아. 복기를 자주 해야 실력향상도 빨라진다. 송혜령이 이겼지만 도은교에게도 기회는 많았다.


▲ 아이고, 3-0 바라지 않고요. 2-1이라도 좋으니 선수들이 이길 때 같이 이겼으면 좋겠어요. 이현욱 감독의 엄살.


▲ 여수 거북선은 3위. 개인승수가 많아 선두도 노릴 수 있다. 포항 포스코케미칼은 패배의 늪을 벗어나는 게 관건. 전지훈련이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