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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두는 여자는 아름답다!”

신생팀 보령 머드, 강호 서귀포 칠십리 꺾고 단독선두로 올라서

등록일 2020.06.05조회수 2,163

▲ 뭐라고 했기에 감독님 표정이 이러실까. 보령 머드의 3승을 결정한 김경은과 문도원 감독 승리인터뷰.

6월의 5일(금요일) 오후 6시 30분, 서울 홍익동 소재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이지현 감독이 이끄는 서귀포 칠십리와 문도원 감독의 보령 머드의 3라운드 2경기가 속개됐다.

신생팀 보령 머드는 세계의 원톱 최정의 팀답게 출발부터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 문도원 감독과 2지명 강다정은 2019시즌부터 호흡을 맞춘 찰떡궁합이고 지난해 존재감이 미미했던 신예 김경은(3지명)이 잠재력을 폭발시키고 있어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오른 상황이다. 이에 맞서는 서귀포 칠십리도 만만치 않다. 1~4지명 오정아, 박지연, 이도현, 김수진의 라인업은 리그 전체를 통틀어도 평균의 힘에서 최상위로 꼽아줄 수 있는 강팀.

김민희 심판위원의 대국개시 선언과 함께 시작된 이 경기의 오더를 보면, 보령 머드의 1지명 최정과 서귀포 칠십리의 1지명이 맞붙은 제1국(장고대국)은 최정이 지금까지 상대전적에서 11승 5패로 앞서 있으나 관계자들은 최정을 가장 위협할 수 있는 선수로 오정아를 꼽는다. 여자바둑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최정의 기량이야 새삼 말할 것도 없지만 반면운영이 두텁고 균형 감각이 좋은 오정아가 그동안 최정과 겨룬 대국을 보면 종반까지 앞섰던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정이 방심하면 언제든 한칼을 날릴 수 있는 상대가 오정아라는 얘기.

제2국은 2지명의 격돌. 사전 약속도 없이 1, 2지명이 마주앉아 팬들을 즐겁게 해주고 있다. 상대전적에서 보령 머드의 강다정이 서귀포 칠십리의 박지연에게 2승 무패로 앞서 있으나 관측자들은 휴식기를 갖고 돌아온 박지연이 실전감각을 완전히 회복했느냐에 주목하고 있다. 목표를 설정하고 집중하면 타이틀(여류국수전)도 쟁취할 수 있다는 박지연의 폭발력을 목격한 바 있어서다.

제3국은 서귀포 칠십리의 4지명이지만 2지명급 이상의 활약을 펼친 김수진(백)과 보령 머드의 주목받는 신예 김경은(3지명)의 대결. 상대전적에선 김수진이 1승으로 앞서 있지만 김경은 지난해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예측이 어려운 승부다.

바둑TV 해설진(진행-류승희, 해설-최명훈)은 특별히 하이라이트를 꼽지 않고 제1, 2국을 동시에 중계했다. 그만큼 두 판 모두 관심이 집중된 승부라는 뜻. 결과는 속기로 진행된 제2국에서 먼저 나왔다. 박지연(흑)과 강다정이 전국을 양분하는 세력전으로 호쾌하게 맞서 초나라와 한나라의 천하대전을 보는 것 같은 박진감을 불러일으킨 이 대국에서 좌하일대 백 대마를 일망타진한 박지연이 승리했다. 강다정도 대마를 버리면서 우변을 크게 장악하고 좌상귀부터 상변과 좌변 흑의 경계까지 이르는 세력을 집으로 굳히며 팽팽하게 맞섰으나 억류해두었던 우변 쪽 흑 일단이 백 일단과 얽혀 빅으로 회생하면서 집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서귀포 칠십리 기분 좋은 선승.

그러나 서귀포 칠십리의 승리는 거기까지였다. 1지명 격돌, 여자바둑 세계최강자 최정과 겨룬 1지명 오정아가 아쉽게 분패하면서 팀의 승부는 1승 1패가 됐고 제3국으로 넘겨진 최종승부에서 보령 머드의 3지명 김경은이 팀의 승리를 결정했다. 제1국에서 최정과 맞붙은 오정아는 100여 수가 진행될 때까지 한 번도 우위를 잃지 않고 앞서가 최정의 49연승을 저지하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으나 100수가 넘어가면서 좌하귀가 뚫리고 우하 쪽 백 두 점이 잡히면서 순식간에 역전을 허용했다. 이후는 최정의 안정운행, 빈틈없는 마무리로 끝났다. 최정, 49연승의 대기록을 이어가며 2020 여자바둑리그 3연승.

제1국의 복기가 진행될 때 끝난 제3국에선 보령 머드의 3지명 김경은이 서귀포 칠십리의 김수진을 상대로 완승을 거두었다. 지난해와 몰라보게 달라진 강인한 모습을 보여주면서도 미숙한 완급조절로 역전패했던 2라운드 경기와는 다르게 시종 침착한 반면운영으로 전국을 이끌었고 종반 끝내기까지 안정적인 행마로 여유 있게 승리했다. ‘끈기의 화신’으로 불리는 김수진이 역전의 기회를 잡을 수 없을 만큼 빈틈을 허용하지 않은 냉철한 경기력이 돋보인 승리였다. 승리한 보령 머드는 3승으로 단독선두에 올랐고 패한 서귀포 칠십리는 6위로 내려앉았다.

2020 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 총 56경기, 168국으로 3판 다승제(장고 1국, 속기 2국)로 겨루며 두 차례의 통합라운드를 실시한다. 9월에 열리는 포스트시즌을 통해 정규리그 상위 4개팀이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으로 열리는 스텝래더 방식으로 여섯 번째 우승팀을 가려내는데 단판으로 열렸던 준플레이오프는 2경기로 늘렸다. 3위 팀은 1경기 승리 또는 무승부일 때, 4위 팀은 2경기 모두 승리해야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을 수 있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전년과 동일한 3경기로 열린다. 바둑TV를 통해 매주 월~목요일 오전 10시에 중계됐던 여자바둑리그는 이번 시즌부터 목~일요일 오후 6시 30분으로 옮겨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2020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상금은 각 순위별 500만원 인상해 우승팀에게는 5500만원이, 준우승 3500만원, 3위 2,500만원, 4위 1,500만원이 주어진다. 우승상금과 별도로 책정되는 대국료는 전년과 동일한 승자 100만원, 패자 30만원이다.

▲ 공부만이 살 길이다. 열공, 열공. 서귀포 칠십리.


▲ 문밖에 있는 그대~ 누구요? 보령 머드.


▲ 분명히 말하는데 잘 해라잉~? 전자기기, 반칙 일체 안된데이. 자 그럼 시이작~. 김민희 심판위원.


▲ 오늘은 제1국(장고대국)에서 에이스가 격돌했다. 보령 머드 최정의 선착. 마주앉은 상대는 서귀포 칠십리 오정아. 상대전적 최정 기준 11승 5패.


▲ 제2국도 2지명끼리 맞붙었다. 요즘 짜맞추듯 팽팽한 매칭이 자주 이루어진다. 서귀포 칠십리 박지연(흑)과 보령 머드 강다정. 상대전적은 강다정 기준 2승.


▲ 제2국이 가장 먼저 끝났다. 서귀포 칠십리의 박지연이 휴식기의 공백을 잘 지운 듯 제 기량을 발휘해 팀에 승리를 안겨주었다.


▲ 어디서 잘못 됐지? 골몰하는 보령 머드 강다정.


▲ 글쎄, 제가 진 적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한 판도 못 이긴 줄은 몰랐어요. 서귀포 칠십리에 선승을 안겨준 박지연.


▲ 과연 '넘사벽'인가. 여자바둑계에서 최정의 위치가 점점 하늘에 가까워진다. 리그 3연승, 여자바둑 49연승. 조금 밀리고 있던 형세를 순식간에 뒤집고 마무리해버렸다.


▲ 이상하네. 내가 분명히 좋았던 거 같은데. 어디서 뒤집어진 거지? 아쉬운 오정아. 초중반까지 미세하게나마 앞서 있었고 분명히 승리의 기회도 있었다.


▲ 여자바둑리그가 펼쳐지고 있는 특별대국실,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티비 스튜디오 전경.


▲ 매서운 눈매의 보령 머드 3지명 김경은. 1년 동안의 절치부심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준 선수다.


▲ 서귀포 칠십리의 김수진(4지명)은 대표적인 저평가 우량주인데 오늘은 어떨지..?


▲ 에 또.. 앞으로 더 나은 성적으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보령 머드의 김경은, 여기까지 점잖은 주례사 인터뷰였는데..그 뒤에 친정집 서귀포 칠십리 얘기에 울컥, 나왔다. "다 부셔버리겠어!" 폭탄발언. 언니들 조심하세요.


▲ 승리한 보령 머드가 3승, 단독선두로 올라섰고 패한 서귀포 칠십리는 6위로 내려앉았다. 그러나 아직은 초반 반환점을 돌기까지는 누구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