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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두는 여자는 아름답다!”

부안 곰소소금, 삼척 해상케이블카 끌어내리고 5위로 점프

등록일 2020.08.08조회수 1,332

▲ 삼척 투어경기 제3국에서 홈팀 <삼척 해상케이블카>의 기대주 김은지를 꺾고 <부안 곰소소금>의 승리를 이끈 에이스 오유진. 남은 두 경기에서 승리하면 지난해와 같은 수확(10승)이다.

8월 8일(토요일) 오전 10, 삼척 시 소재 ‘삼척시민회관’에서 리그 3위 <삼척 해상케이블카>와 7위 <부안 곰소소금>의 12라운드 3경기가 펼쳐졌다. 하루 전 12라운드 2경기에서 <여수 거북선>이 7승 고지에 선착하며 1위로 나섰고 패한 <서귀포 칠십리>는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에서 첫 번째 탈락 팀이 됐다. 남은 6승 팀만 다섯, 5승 팀이 하나. 포스트시즌을 향한 각축전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대진오더는 예측불허의 호각. 이번 경기는 투어로 치르는 만큼 제1, 2국과 제3국을 나누지 않고 동시에 진행한다. 장고대국으로 가장 늦게 마칠 조혜연(삼척 해상케이블카 1지명, 5승 5패)와 허서현(부안 곰소소금 2지명, 7승 4패)의 제1국은 첫 대결. 관록, 총체적 전력에서 조혜연이 앞서지만 여러 불운이 겹쳐 컨디션 회복이 완전하지 않고 리그 성적은 허서현이 좋아 조헤연의 승리를 장담하긴 어렵다.

이민진(삼척 해상케이블카 3지명, 4승 5패)과 이유진(부안 곰소소금 3지명, 1승 6패)의 제2국은 이민진이 상대전적 4승 무패로 앞서 있는 데다 이유진이 혹독한 슬럼프상태라 승부의 저울추는 이민진 쪽으로 기운다. 변수는 이유진이 부진에 빠져있긴 해도 예상과 다른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근성과 기량을 갖춘 선수라는 것. 유일하게 거둔 1승이, 9라운드 2경기 김경은과의 대국인데 패색이 짙었던 바둑을 종반에 뒤집었다. 방심하면 위험하다.

오유진(부안 곰소소금 1지명, 7승 4패)과 김은지(삼척 해상케이블카 2지명, 6승 5패)의 제3국은 이 경기의 승부와는 별개로 관계자를 비롯한 많은 팬들이 관심을 쏟고 있는 하이라이트. 상대전적은 전반기에 오유진이 1승을 거둔 기록이 있으나 큰 의미는 없다. 2지명으로 확실하게 자리 잡은 김은지와 그때의 새내기는 전혀 다르니까. 물론, 전문가들의 예상은 오유진의 승리 쪽으로 기울어있다.

10시에 일제히 시작된 대국 중 제3국이 가장 먼저 끝났다. 한국여자바둑 랭킹2위와 주목받는 대형신인의 대결은 집중시킨 뜨거운 눈길이 무색하게 싱겁게 끝났다. 흑이 우상 쪽 접전에서 백의 실리를 허용하고 상변에 세력을 쌓았는데 오유진(백)이 좌상귀부터 상변까지 실리를 도려내면서 말 그대로 ‘속빈강정’이 돼버린 것. 이후 급전직하한 흑의 AI승률은 75수를 넘어서면서 10% 미만을 맴돌았는데 이 승률은 마무리까지 회복되지 않았다. <부안 곰소소금> 오유진의 완승. 178수 끝 백 불계승

<삼척 해상케이블카>에서 확실한 1승으로 믿고 있었던 대국은 에이스 조혜연의 제1국도 유망주 김은지의 제3국도 아니었다. 같은 3지명의 대결이지만 이민진은 최근 승부리듬이 괜찮은 데다 이민진이 상대전적 4승 무패로 압도한 <부안 곰소소금>의 이유진은 1승 6패의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제2국은 어떤 데이터를 입력해도 이민진의 승리가 나오는 승부였다. 그렇게 <삼척 해상케이블카>의 기대가 컸던 제2국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부안 곰소소금>의 이유진이 큰 차이는 아니지만 초반부터 종반까지 계속 우위를 유지해 기어이 승리를 지켜냈다. 이민진도 쉽게 물러서지 않고 345수까지 긴 수순을 이으며 역전의 기회를 노렸으나 이유진의 방어선은 무너지지 않았다. 345수 끝 흑 불계승

이미 <부안 곰소소금>의 승리가 결정돼 싱겁게 된 제1국(장고대국)에선 <삼척 해상케이블카>의 에이스 조혜연(흑)이 승리해 팀의 영패를 막으면서 투어경기 홈팬들의 성원에 부응했다. 중반 이후 비세를 느낀 <부안 곰소소금>의 허서현도 좌반부를 좌상과 좌하로 양분하는 바꿔치기의 대회전으로 승부수를 띄웠으나 형세를 뒤집지는 못했다. 266수 끝 흑 불계승

승리한 <부안 곰소소금>은 두 계단 올라선 5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바작 다가섰고 패한 <삼척 해상케이블카>는 6위까지 세 계단이나 하락했다. 12라운드 4경기에 남겨진 <서울 부광약품>과 <인천 EDGC>의 승부 결과, 7승 팀과 6승 6패 팀이 나오게 되면 7승 팀 둘, 6승 6패 팀 다섯으로 포스트시즌 진출의 막판 경쟁은 마지막까지 안개도로를 질주할 전망이다.

2020 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 총 56경기, 168국으로 3판 다승제(장고 1국, 속기 2국)로 겨루며 두 차례의 통합라운드를 실시한다. 9월에 열리는 포스트시즌을 통해 정규리그 상위 4개팀이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으로 열리는 스텝래더 방식으로 여섯 번째 우승팀을 가려내는데 단판으로 열렸던 준플레이오프는 2경기로 늘렸다. 3위 팀은 1경기 승리 또는 무승부일 때, 4위 팀은 2경기 모두 승리해야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을 수 있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전년과 동일한 3경기로 열린다. 바둑TV를 통해 매주 월~목요일 오전 10시에 중계됐던 여자바둑리그는 이번 시즌부터 목~일요일 오후 6시 30분으로 옮겨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2020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상금은 각 순위별 500만원 인상해 우승팀에게는 5500만원이, 준우승 3500만원, 3위 2,500만원, 4위 1,500만원이 주어진다. 우승상금과 별도로 책정되는 대국료는 전년과 동일한 승자 100만원, 패자 30만원이다.

▲ 박양목 삼척시 바둑협회장의 경기규정 설명과 대국개시 선언.


▲ 삼척시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시작된 제1국. 홈팀 <삼척 해상케이블카>의 1지명 조혜연(흑)의 선착. 첫 대결이다.


▲ 제2국은 <삼척 해상케이블카>의 이민진이 순서에 따라 백으로 둔다. <부안 곰소소금> 이유진과의 상대전적은 4승 무패로 압도.


▲ 한국여자바둑 랭킹2위 오유진(부안 곰소소금 1지명)과 <삼척 해상케이블카>의 기대주 김은지의 제3국은 승부와 별개로 관계자들과 홈 팬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 조금 싱거웠나? 삼척투어경기는 제1~3국이 동시에 진행됐고 제3국이 가장 먼저 끝났다. <부안 곰소소금> 오유진의 완승. 초반 우상귀, 상변 전투에서 기선을 제압한 뒤 종반까지 단 한 번도 우위를 잃지 않았다.


▲ '어린 기러기는 산마루를 넘지 못한다' 바둑계에 널리 알려진 속담대로, 재능 뛰어난 <삼척 해상케이블카>의 김은지도 아직은 어린 새내기. 더 많은 승부의 경험이 필요하다.


▲ 부진에 시달리던 <부안 곰소소금>의 이유진이 제2국에서 상대전적 열세를 딛고 팀의 승리를 결정지으면서 김효정 감독의 신뢰에 화답했다.


▲ 상대전적 4승 무패의 자신감이 충만했을 텐데 전략, 전술에 오판이 있었나? 이민진의 패배는 <삼척 해상케이블카>의 패배와 직결돼 더 아프다.


▲ 가장 늦게 끝난 제3국은, 승부를 떠나 초한지를 방불케하는 대회전을 펼치며 손에 땀을 쥐게 한 대하드라마였다. <삼척 해상케이블카>의 1지명 조혜연이 팀의 영패를 막으면서 홈 팬들의 응원에 화답했다.


▲ 경기 하루 전 만찬 인사에 나선 김인천 삼척시 자치행정국장


▲ 투어경기 유치로 성원해준 삼척시에 바둑판 기증하는 기념촬영 한 컷. 왼쪽부터 순서대로 <삼척 해상케이블카> 이용찬 감독, 김인천 자치행정국장, <부안 곰소소금> 김효정 감독.


▲ 만찬 뒤 흐뭇한 시간. 삼척 특산품도 선물하고. 왼쪽부터 김인천 자치행정국장, <삼척 해상케이블카> 1지명 조혜연, <부안 곰소소금> 1지명 오유진, 김희장 삼척시의회 부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