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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두는 여자는 아름답다!”

위기의 보령 머드, 여수 거북선 꺾고 2위로 점프

등록일 2020.08.13조회수 2,412

▲ 포스트시즌 탈락의 벼랑에 몰렸던 <보령 머드>가 선수 전원 승리로 위기를 벗어났다. 문도원 감독과 부진을 딛고 승리한 2지명 강다정 승리인터뷰.

8월 13일(목요일) 오후 6시 30분, 홍익동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TV 스튜디오에서 리그 1위 여수 거북선(이현욱 감독)과 6위 보령 머드(문도원 감독)의 13라운드 1경기가 속개됐다.

징크스까지 깨부수고 1위에 오른 <여수 거북선>은 언급이 필요 없는 상승세. 전체 개인성적 3위(9승 3패)를 달리는 1지명 김혜민과 리그 초반에는 부진과 불운이 겹쳤으나 후반부터 전열을 가다듬고 기세를 올리기 시작한 2지명 송혜령(6승 6패), 결정적일 때마다 팀의 승리에 도우미 역할을 해온 3지명 이영주(5승 5패)의 화합은 새내기 김노경(4지명, 2패)이 끼어들 틈이 없을 정도다.

문제는 2지명 강다정(1승 7패)의 부진으로 리그 초반부터 어려움을 겪어온 <보령 머드>. 연승가도를 질주해온 최정(11승 1패)의 힘으로 버티고 있기는 한데 2승을 올려야 하는 단체전에서 최정은 ‘확실한 1승’이라는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고 그 한계 수위에서 어렵사리 2지명의 역할을 수행해온 3지명 김경은(5승 6패)이 무너질 때마다 팀의 패배로 직결되면서 6위까지 끌려 내려왔다. <보령 머드>가 원하는 해답은 강다정이 반면운영 이상감각을 정상으로 회복하든, 김경은이 종반의 집중력이 흩어지는 약점을 교정하든 둘 중 하나에 있다(둘 다 이루어지면 금상첨화겠다).

상대전적으로 예상한 대진오더(앞 선수가 여수 거북선)는 전반기에 1승 2패로 패했던 <여수 거북선>이 좋다. 김혜민과 김경은의 제1국은 성적, 관록, 총체적 전력 모든 면에서 김혜민이 앞서 있다. 심지어 두텁게 균형을 맞추다가 종반에 승부를 결정하는 김혜민의 스타일도, 잘 두다가도 종반에 집중력이 흩어지면서 약점을 노출시키는 김경은 스타일에 상성이 유리하다. 상대전적 김혜민 기준 2승.

이영주와 강다정의 제2국은 두 선수의 상대전적이 3승 3패인 것처럼 정상적인 컨디션이라면 호각이겠으나 여러 상황을 감안할 때 이영주 쪽으로 기운다. <보령 머드>로선 지난해 최정이 없는 팀을 꿋꿋하게 이끌었던 ‘강 대장’이 돌아오길 바랄 수밖에 없는 처지. 최정과 송혜령의 제3국은 관계자 대부분이 상대전적 7승 무패로 앞선 최정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다. 송혜령도 최근 한 계단 올라선 전력을 보여주고 있으나 최정이 11라운드 1경기 제3국(대 김채영전) 때와 유사한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면 결과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예상이다.

6시 30분, 이성재 심판위원의 경기 규정 설명을 거쳐 제1, 2국이 시작되고 바둑TV 해설도 시작됐다. 생방송 진행은 류승희 캐스터, 최명훈 해설위원. 제3국은 8시 30분에 이어지며 진행이 가장 빠른 이영주(흑)와 강다정(백)의 제2국을 집중 해설했다.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해 불리할 것으로 예상했던 강다정(백)이 제2국에서 역전승을 거두었다. 초반 포석도 강다정이 나쁘지 않았는데 좌중앙 접전 중 살려내야 할 백의 요석 두 점을 버리고 흑의 폐석 석 점을 잡으면서 형세가 순식간에 흑 쪽으로 기울었다. 좌변 백의 영토에서 흑이 크게 터를 잡고 사는 형태가 되고 우변에 검은 산맥이 형성돼서는 백의 패색이 짙어졌는데 백이 우하귀로 뛰어들면서 새로운 변화가 발생했다. 흑이 알기 쉽게 처리했으면 특별할 게 없는 장면에서 강하게 맞서는 바람에 백이 하변과 우하귀 흑을 양분하고 사석활용으로 우하귀를 도려낸 뒤 우변 쪽으로 뛰어나가는 모양이 되면서 형세불명이 됐다. 백이 하변 흑을 유린하고 상변과 우상귀 쪽 큰 곳을 선착해서는 확실한 역전. 강다정은 부진의 원인이었던 이상감각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 듯 중요한 장면마다 불안한 손길로 주춤거렸으나 마지막까지 실수 없이 잘 마무리해 귀중한 1승을 올렸다. 281수 백 불계승

강다정의 승리로 팀의 승부가 예상과 다른 흐름으로 바뀌었다. 제3국에 ‘세계의 원톱’ 최정이 <보령 머드>의 확실한 1승으로 버티고 있기 때문인데 그런 흐름 때문일까. 팀의 승부는 그런 예상보다 훨씬 허탈하게 끝났다. 제1국에서 모든 면에서 우위를 점해 <여수 거북선>의 1승을 보장할 것이라 믿었던 김혜민이 <보령 머드>의 3지명 김경은에게 패했다. 대국내용도 예상과 많이 달랐다. 초반 우상, 우변 접전부터 흑을 쥔 김경은이 우위를 점해 종반으로 넘어설 때까지 AI승률 70%를 오가는 여유를 보이며 리드했는데 종반까지 역전의 기회를 단 한 차례도 허용하지 않은 완승이었다. 223수 끝 흑 불계승

경기 전 대진오더를 본 관계자들의 예상이 완전히 뒤집혔다. <보령 머드>의 강다정이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와야 ‘승부판’이 될 것이라던 제2국에서 승리하는 순간 기우뚱, 하던 흐름이 제1국에서 아예 <보령 머드> 쪽으로 넘어가버렸고 그 순간, 제3국의 승부도 최정(흑)의 승리가 확실해졌다. 최정은 우상 쪽 백 대마를 포획해 거대한 집을 챙긴 뒤 좌상귀, 좌하귀를 도려내고 백의 세력권이었던 하변을 적당히 깎아내 알기 쉽게 승리를 굳혔다. 이후는 일체의 시빗거리를 허용하지 않는 ‘빗장걸기’. 205수 흑 불계승

포스트시즌 탈락의 위기까지 몰렸다가 선수 전원의 승리로 기사회생한 <보령 머드>는 6위에서 2위까지 뛰어올랐고 패한 <여수 거북선>은 1위에서 두 계단 내려앉았다. 2020 한국여자바둑리그는 마지막까지 물고 물리는 치열한 접전 속에 포스트시즌 진출 팀, 챔피언결정전 직행 팀 모두 제14라운드 통합경기에서나 윤곽을 제대로 드러낼 것 같다.

2020 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 총 56경기, 168국으로 3판 다승제(장고 1국, 속기 2국)로 겨루며 두 차례의 통합라운드를 실시한다. 9월에 열리는 포스트시즌을 통해 정규리그 상위 4개팀이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으로 열리는 스텝래더 방식으로 여섯 번째 우승팀을 가려내는데 단판으로 열렸던 준플레이오프는 2경기로 늘렸다. 3위 팀은 1경기 승리 또는 무승부일 때, 4위 팀은 2경기 모두 승리해야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을 수 있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전년과 동일한 3경기로 열린다. 바둑TV를 통해 매주 월~목요일 오전 10시에 중계됐던 여자바둑리그는 이번 시즌부터 목~일요일 오후 6시 30분으로 옮겨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2020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상금은 각 순위별 500만원 인상해 우승팀에게는 5500만원이, 준우승 3500만원, 3위 2,500만원, 4위 1,500만원이 주어진다. 우승상금과 별도로 책정되는 대국료는 전년과 동일한 승자 100만원, 패자 30만원이다.

▲ 13라운드 1경기, 이성재 심판위원의 대국개시 선언.


▲ 배수의 진을 친 <보령 머드>. 제1국에 3지명 김경은을 내보냈다. 대 김혜민전의 상대전적은 나쁘지만 종반의 집중력만 흩어지지 않는다면 버틸 수 있다.


▲ 응? 너였어? <여수 거북선> 1지명 김혜민은 김경은에게 상대전적 2승 무패. 리그 성적도 개인 3위(9승 3패)로 상승세. 데이터로 보면 누가 봐도 질 수 없는 대국인데..


▲ <여수 거북선> 3지명 이영주(흑), 제2국에 출전해 <보령 머드> 2지명 강다정과 맞붙었다. 상대전적 3승 3패 호각이지만..


▲ 1승 7패의 부진에 빠져 있지만 팀의 위기를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다. 제2국에 출전해 최선을 다하겠다. <보령 머드> 2지명 강다정의 출사표.


▲ 제2국은 조금 더 간절한 <보령 머드> 강다정이 이겼다. 초반 흐름은 좋았는데 좌중앙 접전에서 그르쳐 패색이 짙어졌다가 우하귀 침투로 역전의 기회를 잡았다. 상변, 우상귀를 선착해 형세를 뒤집었고 종반 끝내기에서 이영주의 실수로 격차가 더 벌어져 승부 끝.


▲ 종반 집중력이 흩어져 아깝게 잃은 승부가 많았던 김경은이 <여수 거북선> 1지명 김혜민을 제쳤다. 초반부터 종반까지 단 한 차례도 역전의 기회를 허용하지 않은 완승이었다.


▲ 제1, 2국이 끝났을 때는 제3국도 황혼이었다. <보령 머드>의 최정(흑)이 초반 우상일대 전투에서 백 대마를 포획해 사실상 승부를 결정했다. 아쉬움이 남은 <여수 거북선> 송혜령이 최선을 다해 추격했으나 최정의 마무리는 빈틈이 없었다.


▲ <보령 머드> 최정, 리그 12승 1패. 다승 1위 확정. 어차피 경쟁자는 10승 2패의 김채영(서울 부광약품)뿐인데 김채영이 남은 경기에서 1패라도 하거나 최정이 14라운드에서 승리하면 단독1위 확정


▲ 아아, 승리의 세, 세, 세레머니요..그게 하도 오래돼서..<보령 머드> 강다정, 시즌 내내 부진에 시달렸으나 위기의 팀에 빛나는 1승을 안겨줬다.


▲ 13라운드 1경기가 끝난 현재 각 팀 순위. 어차피 14라운드가 다 끝나봐야 정규리그 우승 팀도, 포스트시즌 진출 팀도 윤곽이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