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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두는 여자는 아름답다!”

여수 거북선, 부안 곰소소금 꺾고 플레이오프전 1승 1패

등록일 2020.09.05조회수 3,329

▲ 정규리그 2위는 만만치 않았다. <여수 거북선>이 반격에 성공하며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플레이오프 3차전으로 넘겼다. 승리의 주역 3지명 이영주와 1지명 김혜민 인터뷰.

9월 5일(토요일) 오후 4시, 홍익동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TV 스튜디오에서 플레이오프 1차전에 승리한 부안 곰소소금(김효정 감독)과 우여곡절의 패배를 가다듬고 배수의 진을 친 여수 거북선(이현욱 감독)의 플레이오프 2차전이 속개됐다.

<부안 곰소소금>은 그야말로 대나무를 쪼개는 기세로 포스트시즌 3연승으로 달려왔다. 이제 이 경기만 이기면 챔피언 결정전 진출이다. 운도 따라주고 있다. 플레이오프 1차전은 에이스 오유진이 패하면서 승리가 어려웠던 경기였는데 제1국에서 3지명 이유진이 상대전적 열세를 극복하고 신승을 거두었고 제3국에서 종반까지 비세였던 2지명 허서현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끈질기게 버텨 천금 같은 역전승을 끌어내면서 플레이오프 1차전의 승리를 가져갔다.

플레이오프 1차전의 결과에서 걸러진 두 팀은 문제는 무엇일까. 먼저 승자 <부안 곰소소금>엔 에이스 오유진이 걸린다. 정규리그부터 포스트시즌까지 팀을 견인해온 필승카드인데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유리한 종반에 역전패했다. 이건 멘탈의 문제다. 하룻밤은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큰 승부 경험이 많은 선수답게 무엇이 문제였는지 자각하고 있지 않을까.

패한 <여수 거북선>은 2지명 송혜령의 문제가 돌출된다. 새로운 문제도 아니다. 정규리그 내내 약점으로 노출됐던 ‘한순간 착각의 깜빡수’. 리그 후반엔 스스로 ‘정신줄 놓지 말자’는 다짐으로 교정된 모습을 보이며 원래 갖춘 막강한 기량을 뽐냈는데 그때로 돌아가면 된다. 플레이오프 2차전에는 승부처에서 마지막 초읽기에 쫓기지 않는 시간 안배에 신경을 써야 할 듯. 3지명 이영주는 일방적으로 이겼던 상대에 대한 무의식의 방심이 작용하지는 않았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전 공개된 오더는 두 팀 감독이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제1국에서 오유진(부안 곰소소금, 흑)과 송혜령(여수 거북선, 백)이 맞서게 된 건 필연인지도 모르겠다.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드러난 두 선수의 문제점에 대한 일종의 처방. 승부처에서 한 호흡 늦추는 시간의 여유가 필요한 두 선수에겐 장고대국이 적절한 배려다. 상대전적은 오유진 기준 7승 4패지만 이 대국에선 중요하지 않다. 누가 먼저 멘탈의 문제를 해결하고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하느냐의 승부다. 이영주(여수 거북선, 흑)와 이유진(부안 곰소소금, 백)의 제2국은 하루 전 대국의 리턴매치. 통계에 의하면 이영주는 장고대국보다 속기대국에 더 적응력이 좋고 이유진은 하루 전 승리했을 때 쥐었던 백을 그대로 잇는다는 느낌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예측불허의 승부라는 얘기.

오후 4시, 김민희 심판위원의 대국 개시 선언에 맞춰 바둑TV 생방송(진행-배윤진 캐스터, 해설-홍성지 해설위원)과 동시에 제1, 2국이 시작됐다.

오후 6시가 되기 전에 속기로 진행된 제2국이 끝났다. 하루 전 난타전 끝에 연승을 저지당한 <여수 거북선>의 이영주가 작심을 한 듯 이유진을 초반부터 적극적으로 밀어붙여 완승을 거두었다. 초반의 흐름은 백이 나쁘지 않았는데 좌하 쪽 백의 형태에 흑이 침투했을 때 응수가 느슨했다. 좌하 쪽에서 패가 발생했고 여기서 백돌 여섯 점을 끊어 잡으며 실리의 격차를 벌려서는 흑의 승리 확정. 하루 전 패배를 깨끗하게 설욕한 이영주가 팀의 플레이오프 2차전 첫 승을 신고했다. 239수 흑 불계승

장고대국으로 펼쳐진 제1국은 오후 7시를 조금 넘겨 끝이 났다. 중반 접전에서 하변을 크게 확보하고 상변과 중앙 타개에 승부를 건 오유진(부안 곰소소금)이 승리했다. 우위를 점한 장면에서 우변을 키워 실리의 격차를 벌리고 중앙을 적당히 삭감했으면 편안한 승부였는데 차단된 중앙 흑 두 점을 움직이면서 위험한 승부가 됐다. 좌상 쪽 백 일단의 탈출과정에서도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친 흑이 역습당하는 위태로운 변화가 있었으나 마지막 초읽기에 쫓긴 송혜령(여수 거북선)이 갈등을 일으켜 위기를 넘겼다. 상변 흑 대마가 차단의 위기를 넘기고 백의 희망이었던 중앙세력이 무너지면서 흑의 승리 확정. 몇 차례 역전의 기회를 잡았던 송혜령의 입장에선 승부처를 대비한 시간 안배가 아쉬운 승부였다. 179수 끝 흑 불계승.

2차전 승부의 결정판이 된 제3국. 전후반기 모두 <부안 곰소소금>을 이긴 정규리그 2위 <여수 거북선>은 역시 만만치 않았다. 1지명 김혜민(백)이 악전고투 끝에 역전승을 거두며 위기의 팀을 일으켜 세웠다. 대국 내용은 중반까지 완벽에 가까운 반면운영을 보인 허서현(흑)이 주도했고 좌상일대 백 일단이 차단되는 약점을 미처 살피지 못한 김혜민이 필패의 위기에 몰렸으나 종반으로 갈수록 침착해지는 관록의 힘으로 벗어났다. 좌변 백 대마를 공격하다가 실패한 허서현도 그대로 포기하지 않고 하변 쪽에 패를 만들어 하변 백 일단을 노리며 좌변 백 대마를 다시 패로 엮는 승부수를 띄웠다. 하변 백을 공격하기 전에 우하귀 백의 사활과 관련된 선수를 확실하게 해뒀더라면 흑이 재역전의 승기를 잡을 수도 있었는데 노련한 김혜민이 먼저 우하귀를 팻감을 활용하면서 정리하는 바람에 흑이 더 어려워졌다. 결국, 패의 대가로 우하 쪽 백 석 점을 잡았으나 중앙 삭감을 당하고 상변에 흑 석 점이 떨어지는 수까지 남아 재역전에는 실패, 차이를 좁히는 데 그쳤다. 287수 백 2.5집 승.

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여수 거북선>의 반격으로 1승 1패, 챔피언 결정전 진출 팀은 9월 6일(일요일)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가려지게 됐다.

2020 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 총 56경기, 168국으로 3판 다승제(장고 1국, 속기 2국)로 겨루며 두 차례의 통합라운드를 실시한다. 9월에 열리는 포스트시즌을 통해 정규리그 상위 4개팀이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으로 열리는 스텝래더 방식으로 여섯 번째 우승팀을 가려내는데 단판으로 열렸던 준플레이오프는 2경기로 늘렸다. 3위 팀은 1경기 승리 또는 무승부일 때, 4위 팀은 2경기 모두 승리해야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을 수 있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전년과 동일한 3경기로 열린다. 바둑TV를 통해 매주 월~목요일 오전 10시에 중계됐던 여자바둑리그는 이번 시즌부터 목~일요일 오후 6시 30분으로 옮겨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2020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상금은 각 순위별 500만원 인상해 우승팀에게는 5500만원이, 준우승 3500만원, 3위 2,500만원, 4위 1,500만원이 주어진다. 우승상금과 별도로 책정되는 대국료는 전년과 동일한 승자 100만원, 패자 30만원이다.

▲ 플레이오프 2차전 김민희 심판위원.


▲ 제1국에서 또 흑을 쥔 오유진(부안 곰소소금). 흑의 승률이 압도적으로 좋다. 돌 가리기 천재?


▲ 제1국에 출전한 송혜령(여수 거북선)은 하루 전 충격의 역전패에서 벗어났을까. 승부처에서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안배가 중요하다.


▲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는 속담은 누가 만들었을까. 하루 전 대국의 리턴매치가 성사됐다. 설욕의 칼을 갈고 나온 것 같은 이영주(여수 거북선).


▲ 3연패 뒤에 1승을 얻었을 뿐인데 한 번만 더 양보해주면 안될까요? 연패의 사슬을 끊은 이유진(부안 곰소소금). 이제 연승도 가능하지 않을까.


▲ 이영주의 복수전은 완벽했다. 초반은 백을 쥔 이유진이 나쁘지 않은 흐름이었는데 좌하 쪽 흑의 침투에 대한 백의 응수가 너무 느슨했다. 패가 발생해 백 여섯 점이 떨어져서는 백의 승리 확정. 마무리도 빈틈이 없었다. <여수 거북선> 플레이오프 첫 승리 신고.


▲ 어제의 역전패는 잊었다. '조커'의 본색을 되찾은 오유진(부안 곰소소금). 중반 한때 송혜령(여수 거북선)의 역습으로 위기가 있었으나 노련하게 벗어났고 중앙 백의 세력을 무너뜨리며 여유있게 승리했다.


▲ 하변에 흑의 집을 크게 허용하고 중앙 백 세력을 굳히는 전략이 나빴던 것은 아니다. 송혜령(여수 거북선)에게도 몇 차례 반격의 기회가 있었으나 어느새 마지막 초읽기에 몰렸고 승부처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의 여유가 없었다.


▲ 1승 1패의 원점에서 승부의 결정판이 된 제3국은 김혜민(여수 거북선)과 허서현(부안 곰소소금)의 대결. 두 선수 모두 침착하고 종반이 강한 스타일.


▲ 승리를 눈앞에 두고 무너진 허서현. 시종 두텁게 압도한 바둑이었다. 좌상 쪽 백을 차단하는 수를 발견하지 못했어도 유리한 흐름. '가장 좋을 때가 가장 위험할 때'라는 승부의 금언이 뼈저리다.


▲ 하루 전 패배를 깨끗하게 설욕한 이영주. 좌하 쪽 백의 진영에 침투한 이후 완승의 명국을 만들었다. 이 승리의 발판이 있어 제3국에서 김혜민이 날아 오를 수 있었다. <여수 거북선> 반격 성공.


▲ 더 이상 뒤가 없는 플레이오프 3차전은 9월 6일(일요일) 오후 4시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