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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두는 여자는 아름답다!”

보령머드, 부안 곰소소금 뿌리치고 2020 여자바둑리그 통합우승

등록일 2020.09.12조회수 3,680

▲ 신생팀 <보령 머드>가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부안 곰소소금>의 추격을 뿌리치고 2020 여자바둑리그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오른쪽부터 문도원 감독, 3지명 김경은, 1지명 최정, 2지명 강다정, 4지명 박소율.

9월 12일(토요일) 오후 4시, 홍익동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TV 스튜디오에서 2020 여자바둑리그 최고의 팀을 가리는 챔피언결정전 2차전이 시작됐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 승리로 통합우승을 눈앞에 둔 보령 머드(문도원 감독)와 정규리그 4위부터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까지 쾌속질주하다 일단, 멈춰선 부안 곰소소금(김효정 감독)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 한 호흡의 여유를 가진 <보령 머드>와 더 이상 뒤가 없는 <부안 곰소소금>의 처지는 하늘과 땅 차이다.

사전 공개된 오더를 보니 <보령 머드>는 1차전 오더를 그대로 유지했고 <부안 곰소소금>은 제1, 2국 출전선수를 맞바꿨다. 벼랑 끝으로 몰린 <부안 곰소소금>이 부담스러운 에이스 맞대결에서 벗어난 건 처음이다. 1지명 오유진이 전, 후반기와 챔피언결정전에서 ‘세계의 원톱’이자 23승 2패의 압도적 천적관계를 형성한 최정을 피할 수 있게 된 것은 일단, 청신호다.

총체적 전력평가와 리그 성적의 통계로 예상할 때 오유진(부안 곰소소금 1지명)과 김경은(보령 머드 3지명)의 제1국은, 오유진 쪽으로 기울고 최정(보령 머드 1지명)과 이유진(부안 곰소소금 3지명)의 제2국은 최정의 승리가 유력하다. 따라서 승부는 강다정(보령 머드 2지명)과 허서현(부안 곰소소금 2지명)의 제3국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은데 시즌 내내 부진에 시달린 강다정보다는 안정적인 기본을 갖춘 데다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뒷심이 강해진 허서현 쪽이 유리해 보인다. 물론, 결과는 대국당일 선수들의 컨디션, 마음가짐의 차이만으로도 뒤바뀔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어느 쪽의 승리도 장담하긴 어렵다.

오후 4시, 장건현 심판위원의 대국 개시 선언에 맞춰 바둑TV 생방송(진행-류승희 캐스터, 해설-최명훈 해설위원)과 동시에 제1, 2국이 시작됐다.

속기로 진행된 제2국이 오후 5시를 조금 넘긴 시간에 단명국으로 끝났다. 예상대로 <보령 머드> 최정(흑)의 승리. 잔잔하게 이어지던 대국 초반 이유진(백)이 하변 흑의 진영으로 뛰어든 뒤 좌하 쪽까지 파고들어 적극적으로 맞서 싸우면서 급전의 양상이 됐는데 이 선택이 나빴다. 전국의 골격을 잡는 중반전에서 전투력에 강점을 가진 랭킹1위에게 먼저 싸움을 걸어가는 전략은 위험할 수밖에 없다. 하변 전투는 우변, 중앙까지 길게 이어지면서 백도 만만치 않게 버텨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나 아쉽게 타개의 과정에서 모두 놓쳤다. 백이 상변 흑 일단과 수상전을 하거나 우변 흑을 공략하는 수단을 모두 놓치고 거꾸로 흑이 상변 백의 진영으로 뛰어들어 수를 내면서 흑의 승리 확정. 153수 끝 흑 불계승.

오후 7시에 조금 못 미쳐 오유진(흑, 부안 곰소소금)과 김경은(백, 보령 머드)의 제1국도 끝났다. 어린 기러기 김경은이 넘기에는 오유진이라는 고갯마루가 너무 높았나 보다. <보령 머드>의 처지에서 보면 비록 패했으나 김경은의 가능성을 확인한, 의미 있는 대국이었다. 강자와 맞서 위축되기 쉬운 큰 승부임에도 불구하고 중반까지 팽팽하게 잘 어울렸다. 하변 싸움에선 회심의 강수를 찾아내 오유진을 긴 고민에 빠트렸고 한때 승기를 잡기도 했다. 종반까지 초읽기에 쫓기지 않고 침착하게 응수하는 시간안배도 훌륭했으나 거기까지였다. 종반으로 접어들면서 종반, 끝내기에 강점을 가진 오유진의 페이스가 됐고 <부안 곰소소금>이 절망하는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김경은이 ‘뒷맛 좋은’ 하변 백을 최대한 활용하고 우변 1선으로 밀고 들어가는 큰 끝내기를 놓치지 않았다면 미세한 승부였으나 큰 승부 경험이 많은 오유진이 반드시 이겨야한다는 부담을 떨치고 에이스의 역할을 해냈다. 239수 끝 흑 3.5집 승.

강다정(백, 보령 머드)과 허서현(흑, 부안 곰소소금)의 2지명 맞대결로 펼쳐진 제3국은 심장싸움이었다. 셋이 겨루는 단체전 대국에서 확실한 1승이 얼마나 큰지, 3차전 경기에서 1차전 패자의 부담이 얼마나 큰지 입증한 승부였다. 대국 전에는 정규리그 내내 부진했던 강다정보다 침착하고 뒷심이 강해진 허서현이 조금이라도 유리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으나 챔피언결정전에 오른 뒤 계속 팀의 승부를 좌우하는 제3국에 배치된 허서현의 부담이 컸고 1차전의 승리로 2차전에 패하더라도 3차전의 기회가 남은 강다정의 부담이 적었던 것 같다. 결국, 그 차이가 승부를 갈랐다.

대국 초반은 좌하귀에서 흑이 두툼한 실리를 취하면서 백 쪽에 좌변과 좌상일대의 세력을 허용하고 좌변에 세력을 구축하는 세력전쟁의 구도였다. 중앙 세력에 뛰어든 흑 일단을 공격하며 좌상귀와 상변, 좌하일대를 차지한 백이 조금씩 앞서가다가 다시 흑이 반격의 포인트를 올리면 형세도 큰 차이 없이 뒤집히는, 시소게임 같은 승부가 이어졌다. 박빙으로 엎치락뒤치락하던 종반, 백의 하변 응수타진에 반발하지 못하고 낮게 건넌 수가 흑의 패인. 이후로도 ‘내가 지면 팀의 우승도 물거품이 된다’는 중압감에 시달린 허서현이 우상귀를 크게 지킬 기회를 놓치고 잡아둔 백 석 점까지 놓고 따내는 활용을 당하면서 패색이 짙어졌다. 부진에 떠밀려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던 강다정은 작심한 듯 종반 끝내기까지 냉정, 침착하게 마무리해 자신의 손으로 팀의 우승을 결정하면서 정규리그의 부진을 만회했다. 294수 끝 백 1.5집 승.

챔피언결정전 3차전을 1, 2차전 승리로 마무리한 <보령 머드>는 정규리그 우승에 이은 통합우승으로 2020 한국여자바둑리그의 대미를 장식했다. <보령 머드> 문도원 감독은 ‘선수 전원이 너무 훌륭하게 잘 해줬고 우승까지 차지했기 때문에 차기에도 교체 없이 그대로 간다. 이런 기세라면 연속우승 아니, 3년 연속우승도 가능할 것 같다’며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여자바둑리그에서는 아직까지 한 팀이 연속우승을 기록한 적이 없다.

2020 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 총 56경기, 168국으로 3판 다승제(장고 1국, 속기 2국)로 겨루며 두 차례의 통합라운드를 실시한다. 9월에 열리는 포스트시즌을 통해 정규리그 상위 4개팀이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으로 열리는 스텝래더 방식으로 여섯 번째 우승팀을 가려내는데 단판으로 열렸던 준플레이오프는 2경기로 늘렸다. 3위 팀은 1경기 승리 또는 무승부일 때, 4위 팀은 2경기 모두 승리해야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을 수 있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전년과 동일한 3경기로 열린다. 바둑TV를 통해 매주 월~목요일 오전 10시에 중계됐던 여자바둑리그는 이번 시즌부터 목~일요일 오후 6시 30분으로 옮겨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2020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상금은 각 순위별 500만원 인상해 우승팀에게는 5500만원이, 준우승 3500만원, 3위 2,500만원, 4위 1,500만원이 주어진다. 우승상금과 별도로 책정되는 대국료는 전년과 동일한 승자 100만원, 패자 30만원이다.

▲ 2020 여자바둑리그 챔피언결정전 2차전 시작을 알리는 장건현 심판위원.


▲ 제1국에 출전한 <부안 곰소소금> 1지명 오유진. 정규리그, 포스트시즌에서 <보령 머드> 최정과 세 번을 만났고 처음으로 상대가 바뀌었다. 반격의 기회다.


▲ 1차전 그대로 제1국에 나선 <보령 머드> 김경은. 상대가 <부안 곰소소금>의 에이스니까 배우는 자세로, 그래도 목표는 승리.


▲ <보령 머드> 문도원 감독이 '오더에 특별히 신경쓰지 않는다'는 말을 하게 된 배경은 에이스 최정이다. 어디에 있어도 이겨줄 테니까.


▲ 제2국에 출전해 최강의 상대와 겨루게 된 <부안 곰소소금> 이유진. 떨면 안돼, 떨면 안돼. 꼭 진다는 보장 있어?


▲ <부안 곰소소금> 김효정 감독, <보령 머드> 문도원 감독의 중간 인터뷰. 우리가 이렇게 웃고 있지만 웃는다고 꼭 웃는 건 아니에요.


▲ 신생팀 <보령 머드>가 우승후보로 꼽힌 이유를 에이스 최정이 확실하게 보여줬다. 2차전 선승. 이제 한 판만 이기면 통합우승.


▲ 버거운 상대였지만 피하지 않고 정면승부를 걸었고 당당하게 싸운 <부안 곰소소금> 이유진. 물론, 초반부터 전투에 강점이 있는 최강자에게 싸움을 걸어간 전략이 바람직한 건 아니다. 다만, 그 용기에 박수.


▲ 제1국도 예상대로 <부안 곰소소금>의 에이스 오유진의 승리로 끝났다. 팀의 승부는 1승 1패, 제3국으로 넘겨졌다.


▲ 졌지만 <부안 곰소소금>의 1지명 오유진을 상대로 가능성을 보여준 <보령 머드> 김경은. 차기의 활약이 기대된다.


▲ 드디어 제3국. 여기서 <보령 머드>의 통합우승이냐, <부안 곰소소금>의 반격이냐가 결정된다.


▲ <보령 머드>의 '돌아온 강반장' 강다정. 정규리그 내내 부진에 시달렸지만 문도원 감독은 승부판에 강다정을 내세우는 신뢰를 보여줬다.


▲ <부안 곰소소금> 2지명 허서현에 대한 김효정 감독의 믿음은 각별하다. 늘 승부판에 배치했고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도 팀의 운명을 허서현에게 맡겼다. 긴장 백배!!


▲ 정규리그의 부진을 이 한 판의 승리로 날려버렸다. 제3국에서 승리, 팀의 통합우승을 결정한 <보령 머드>의 강다정.


▲ 패했지만 <부안 곰소소금> 허서현에게도 승리의 기회는 있었다. 최선을 다했으나 '여기서 내가 지면 팀의 우승도 물거품이 된다'는 중압감이 끝내 발목을 잡았다.


▲ <보령 머드> 문도원 감독의 통합우승 소감. "선수들 너무 훌륭하게 잘해줬고요, 우승까지 했으니까 차기에도 (선수교체 없이)이대로 갑니다. 우리 팀, 연속우승 아니, 3연패도 가능할 거 같아요."


▲ "우리 팀 끝까지 멋졌어요." 오늘만큼은 자뻑도 마음껏. <보령 머드> 에이스 최정의 우승 소감. 최정은 2016, 2018, 2020 세 차례나 소속팀의 우승을 이끌어 최다 우승기록자가 됐다. 2위는 2017, 2019 시즌 두 차례 우승을 이끈 오유진.


▲ 경기장으로 옮겨 우승 기념사진 한 컷 더. 월간바둑 표지에 실린답니다. <보령 머드>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