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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을 무너뜨린 오정아의 신수
3라운드 하이라이트 - 오정아 3단 : 최정 9단
  • [엠디엠 여자바둑리그]
  • 여자바둑리그 2018-03-14 오전 8:18:27
▲ 오정아 3단은 이 바둑의 승리로 최정 9단과의 상대전적에서 5승 4패로 다시 앞서나가게 됐다.

<3라운드 하이라이트>
3라운드 3경기 1국
○ 최 정 9단 (충남 SG골프 1주전)
● 오정아 3단 (서귀포 칠십리 1주전)

최정 9단은 처음 입단했을 때부터 주목을 받았지만 본격적으로 성적을 내기 시작한 것은 2012년부터였다. 여류명인전에서 우승하는 등 각종 여자기전에서 활약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당시의 최정에게 천적이 있었으니, 바로 오정아 3단이었다. 2012년 2패, 2013년 2패 등 판맛을 못봤다. 첫승을 맛본 것은 2014년. 이후 2016년 1승, 2017년 2승을 거두며 4승 4패로 겨우 균형을 맞췄다.

어렸을 때 진 것은 아무런 의미 없고 최근의 전적이 중요하다고 모두들 말한다. 따라서 처음 4연패보다 후의 4연승이 중요하며, 이제는 완전히 오정아를 극복한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노력은 최정만 하는 게 아니었다. 오정아 3단은 5년 만에 다시 최정을 꺾은 뒤의 승자 인터뷰에서 알파고 기보를 놔보며 새로운 공부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어떤 공부를 했는지, 그녀가 승리한 바둑에서 많은 프로기사들이 처음 봤다는 신수가 등장했다. 그 신수를 한번 살펴보겠다.


▲ 장면도

장면도 (흑1, 신수)
우하귀 3.三 침투 정석은 수도 없이 많이 본 형태. 그런데 이때 A에 잇지 않고 흑1에 붙인 수가 신수이다. 노골적으로 중앙 세력작전을 펼치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최정 9단은 아랑곳하지 않고 백2로 큰 곳을 차지했다. 우하귀는 이제 맞보기로 살아 있으므로 굳이 서둘러서 둘 필요 없다고 생각한 듯했다. 다음 흑3을 하나 걸쳐서 백4와 교환하고 흑5로 막은 장면이다.


▲ 1도

1도 (평범한 정석)
흑1로 잇고 백2가 보통의 정석이다. 흑▲가 A에 있는 경우가 더 많지만 큰 차이는 없다. 다만 최근 프로기사들은 이 형태가 흑이 약간 불만이라고 생각해서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 2도

2도 (실전진행 1)
지금 이 장면에서는 백1로 끊는 한수이다. 백이 또 다시 손을 빼면 흑A로 젖히고 이어서 우하귀 백돌이 잡힌다. 흑2,4는 유명한 버림돌 작전. 11까지 선수로 두텁게 세력을 쌓은 후 흑12로 한칸 뛰자 하중앙 흑의 세력이 웅장하다.


▲ 3도

3도 (흑, 망함)
2도의 진행 중 흑6으로 본도 흑1에 두는 것은 어떨까? 흑3을 선수하고 흑5,7로 젖혀이으면 우하귀 백돌을 잡을 수 있다. 그러나 백8로 막는 것이 선수여서 10까지 진행되면, 이 진행은 흑 필패의 국면이다. 이른바 소탐대실(小貪大失)이다. 우중앙 백의 세력에 붙어 있는 흑돌 두점이 폐석화 된 것이 흑의 실패 이유이다.


▲ 4도

4도 (3도보다는 좋지만)
3도 흑5로 본도 흑1에 한번 더 미는 것은 백이 막는 수를 선수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다. 그러면 백도 2,4로 귀를 살린다. 흑5의 백돌 머리를 때리면서 젖히는 수가 기분 좋아 보이지만 12까지의 결과는 백의 우세이다. 하변 흑의 형태가 너무 엷고 우상귀도 뒷맛이 너무 많다. 애초 세력작전을 펼치려던 흑의 작전은 이미 완전히 무산된 결과이다.


▲ 5도

5도 (실전진행 2)
이후 백1로 좌변을 침착하게 지켰을 때 흑2의 6선 지킴, 백3의 다가섬에 흑4의 5선 어깨 씌움 등 이후 오정아 3단은 전성기의 다케미야(武宮正樹) 9단이 구사했던 우주류를 재현했다.



▲ 6도

6도 (최명훈 감독의 의견)
오정아의 신수에 대해 다음날 4경기에 나온 프로기사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인제 하늘내린의 최명훈 감독은 장면도 흑1에 대해 백은 실전 백1로 한칸 뛰는 수가 보통으로 보인다고 했다. 백1로 A에 막는 수도 생각할 수 있는데 그러면 흑이 손을 빼서 계속 중앙에 세력을 펼치겠다는 작전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추가로 제시했다.


▲ 7도

7도 (백홍석 코치의 의견)
한편 서울 부광약품의 백홍석 코치는 백1로 막을 때 흑이 손 빼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흑2로 잇는 게 정수인데 그때 백3으로 한칸 뛰면 백1, 흑2의 교환이 손해가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수순을 바꿔서 애초 흑▲로 2에 잇고 백1, 흑▲를 교환한 것과 같다)
다음 백A로 우변을 차지하는 수도 남아 있어서 이 진행은 호각이라는 의견이다. 최명훈 감독의 의견과 살짝 다르지만 결론은 백이 하변쪽으로 한칸 뛰어야 한다는 것이고, 실전처럼 그곳을 흑에게 막히면 답답하다는 의견이다.


▲ 8도

8도 (백홍석 코치의 추가 의견)
장면도 백2로 손을 뺀 것이 약간 의문으로 보이는데, 다음 흑3으로 걸친 수나, 백4로 받은 수도 결과를 놓고 봤을 때 조금 이상하다는 의견이다.
즉 본도 흑1(장면도 흑3)로 걸쳤을 때 백이 받아주지 않고 2로 한칸 뛰었으면 흑의 신수는 조금 이상해졌을 것이라는 것이다. 다음 흑3의 양걸침에는 백4로 붙여서 충분히 둘 만하다는 것. 요즘은 화점에 걸쳤을 때 받아주지 않고 손 빼서 큰 곳에 두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 9도

9도 (실전과 비슷한 결과)
백홍석 코치는 장면도 흑3으로 본도 흑1에 그냥 막았어야 흑의 신수가 빛을 발했을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그러면 어차피 백2부터 12까지 진행될 텐데, 그 다음 흑13으로 걸치면 똑같다는 것이다. 다만 이렇게 흑의 세력이 구체화 되면 백도 좌하귀를 날일자가 아닌 14의 한칸으로 받겠지만 다음 흑15,17로 받고 나면 실전과 큰 차이가 없다는 의견이다. 그리고 이것으로 흑이 조금 편해 보인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오정아 3단이 구사한 신수는 일리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구체적인 백의 대응수를 조금 더 연구해봐야 신수에 대한 최종 결론이 나올 것이다.

오정아 3단이 이 신수 하나로 최정 9단을 물리친 것은 아니다. 다만 이렇게 공부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최종 승리를 부른 것만은 확실하다. 3승으로 개인 다승 단독 1위에 오른 오정아. 오정아의 노력이 서귀포 칠십리를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으로 올릴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13수 끝, 흑 불계승>

* 신수 해설에 도움을 준 인제 하늘내린의 최명훈 감독과 서울 부광약품의 백홍석 코치에게 고마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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