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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던 첫승에 필요했던 것은 두 개의 대마
4라운드 하이라이트 - 박지연, 강지수의 대마 포획
  • [엠디엠 여자바둑리그]
  • 여자바둑리그 2018-03-20 오후 12:37:58
▲ 박지연 5단이 시종일관 불리했던 바둑이었지만, 장혜령 초단의 착각에 힘입어 대마를 잡고 역전승을 거뒀다.

프로의 바둑에서 대마는 잡는 게 아니라 잡히는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즉 프로들이 대마 사활을 착각해서 잡히는 게 아니라, 형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버티느라 대마를 방치했기 때문에 잡힌다는 뜻이다. 그러나 그것은 시간이 많은 바둑의 경우이고, 요즘처럼 속기 시합이 많을 때에는 수읽기 착각으로 대마가 잡히는 경우도 제법 있다.

서울 바둑의품격은 올해 창단한 신생팀. 특정 기업이나 지자체가 후원한 게 아니라 여러 바둑팬이 십시일반 힘을 합쳐서 탄생한 특이한 팀이다. 그런데 신생팀 신고식이랄까, 시즌 개막 후 내리 3연패를 당해서 1승이 간절한 상황이다. 상대는 서울 부광약품. 현재 2승으로 잘 나가는 팀이다. 또한 같은 서울을 연고지로 쓰고 있기 때문에 묘한 라이벌 의식도 있다.

3패 팀과 2승 팀의 대결의 승부를 가른 것은 뜻밖에도 대마의 사활. 어처구니없는 착각도 있었고, 버틴 수도 있었다. 그 내용을 살펴보겠다.


<4라운드 하이라이트>
4라운드 2경기 속기판 2국
○ 박지연 5단 (서울 바둑의품격 1주전)
● 장혜령 초단 (서울 부광약품 3주전)


▲ 장면도1

장면도1 (흑, 필승의 형세)
백1로 패를 따낸 장면이다.
지금의 형세는 좌변에 커다란 집을 갖고 있는 흑이 절대적으로 우세하다. 문제는 중앙의 흑 대마와 하변의 흑 대마가 아직 확실히 살아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어느 한쪽이라도 잡히면 당연히 진다. 두 대마의 사활은 현재 진행되는 이 패로 결정된다. 문제는 잡으러 오는 백도 이 패를 지면 우하귀부터의 백 대마 전체가 잡히는데 팻감이 부족하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제대로 팻감만 사용한다면 흑이 무조건 이기는 바둑이다.


▲ 1도

1도 (흑, 승리)
흑1로 팻감을 썼으면 흑의 승리였다. 팻감이 없는 백은 2로 해소할 수밖에 없는데, 그때 흑3으로 연결하면 그만이다. 흑의 연결은 동시에 백의 차단 당함을 의미한다. 즉, 흑이 중앙 대마를 연결하며 단순히 살아간 게 아니라 중앙 백 대마를 잡으며 살아간 것이기 때문에 하변 흑 대마가 잡혀도 흑의 넉넉한 승리이다. 백4,6으로 둬도 흑7이면 백은 두 집 만들 공간이 없다.


▲ 2도

2도 (실전진행)
실전에서는 흑1로 팻감을 사용했다. 이 수를 본 서울 부광약품의 검토실에는 적막이 흘렀다. ‘흑1의 팻감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작은 팻감이다. 백이 2로 불청하고 흑3으로 백 여섯점을 잡을 때 백4로 연결하자 거대한 중앙 흑 대마가 전부 잡히고 말았다. 초읽기 속에 순간적인 착각이 부른 어처구니없는 참상이다.
바둑은 여기에서 바로 종국. 억지로 마라톤에 비유하자면 메인 스타디움 입성 직전에 교통사고를 당한 꼴이라고 할까?

<178수 끝, 백 불계승>



<4라운드 하이라이트>
4라운드 2경기 장고판 1국
○ 권주리 초단 (서울 부광약품 2주전)
● 강지수 초단 (서울 바둑의품격 2주전)


▲ 장면도2

장면도2 (대마 사활이 승부)
이 바둑은 초반부터 엎치락뒤치락이 많았다. 포석은 흑 우세. 그러나 백 대마를 무리하게 잡으러갔다가 실패해서 백 우세. 이후 서로간에 실수 교환이 몇 차례 있었다. 직전에 흑의 실수가 나오면서 지금은 백 대마가 무사하게 살기만 하면 우세한 상황. 따라서 흑1로 차단해서 중앙부터의 거대한 백 대마를 잡으러 간 것은 당연한 한수이다.


▲ 1도

1도 (백의 묘수)
백 대마는 1로 꼬부리면 살아 있었다. 만약 흑이 대마를 계속 잡으러가려면 흑2로 받아야 하는데 이때 백3이 묘수이다. 흑4를 유도한 뒤에 백5,7의 후속 수단으로 넘는 수와 중앙 흑돌 몇 점을 잡는 수가 맞보기가 된다. 계속해서 백9로 단수 쳤을 때 흑A로 이으면 백B로 끊어서 오히려 상변 흑 대마가 다 잡히고 만다. 따라서 흑은 10으로 따낼 수밖에 없다.


▲ 2도

2도 (백 우세)
계속해서 중앙 백 대마가 11로 흑돌 여섯점을 따내면서 살면, 중앙에서 큰 손해를 본 흑은 좌상귀 백 대마를 마지막으로 노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흑12의 3.三 침입에 19까지면 궁도가 넓어서 역시 잡히는 일은 없다. 이 진행은 아직 변수가 있지만 백의 우세이다.


▲ 3도

3도 (변수)
애초 백1에 흑은 2로 잇고 중앙 백 대마를 그냥 살려주는 게 정수일 것이다. 백3으로 단수 치면 이 백 대마는 사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흑4의 3.三 침입으로 먼저 좌상귀에서 이득을 본 뒤에 중앙 백 대마의 사활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A, B 등의 활용을 하는 변수가 있다.
검토실의 의견은 아직 정리할 곳이 많기는 하지만 미세한 대로 백이 약간이라도 우세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대국 당사자인 권주리 초단은 백1의 수를 보고 있었음에도 이 진행으로는 백이 이이기 쉽지 않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 4도

4도 (실전 진행)
권주리 초단은 중앙에 사는 수가 있다면 백1로 버티는 수도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일단 실리로 가장 큰 좌상귀를 먼저 챙겼다. 그리고 흑2로 잡으러 올 때 백3을 선수하고 내친 걸음으로 백5,7의 젖혀이음까지 했다. 그런데 이 수가 욕심으로 패착. 흑이 우상귀를 받아주지 않고 흑8,10을 선수한 뒤에 12로 빠지자 이제는 중앙에서 사는 묘수가 사라졌고 동시에 대마도 살 길이 없어졌다. 이후 좌중앙에서 선수 한집을 만들어보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이 없었다.


▲ 5도

5도 (마지막 찬스)
지금이라도 백1부터 7까지 대마를 살리는 데에 전력을 기울여야 했다. 이렇게 살리기만 하면 어쨌든 백의 우세였었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옛 격언처럼 대마가 죽는 데에도 다 사연이 있다. 어쩌면 오늘 대마가 잡힌 이 두 개의 사연은 신생팀 서울 바둑의품격에게 첫승을 선물하기 위한 스토리였을 지도 모른다.

<219수 끝, 흑 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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