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바둑 두는 여자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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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혜령이 해냈다!
서울 부광약품, 충남 SG골프를 물리치고 3,4위 자리바꿈
  • [엠디엠 여자바둑리그]
  • 여자바둑리그 2018-03-24 오전 7:05:48
▲ 2경기의 승부판으로 관심을 모았던 장고판. 그래서인지 큰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돌을 거두지 못하고 끝까지 둬서 계가했다.

결과가 예상되는 승부는 재미없을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왜 그런 예상이 나왔는지 그 이유를 되짚어보면서 승부를 관전하는 재미도 있다. 최정의 팀 대 김채영의 팀의 대결. 그 강한 주장끼리의 맞대결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승부는 장고판 1국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고, 그 예측대로의 승부가 나왔다.

먼저 속기판 2국은 충남 SG골프의 주장 최정 9단 대 서울 부광약품의 3주전 권주리 초단의 대결이다. 초반 포석은 흑을 쥔 권주리 초단이 좋았다. 화려하면서도 강하게 백돌을 압박하며 주도권을 쥐었다. 그러나 제대로 공격을 하려면 강약의 힘조절이 필요하다. 자신의 약점을 돌보지 않고 계속해서 강수(흑45가 패착)로만 두다가 백에게 반격(48)을 당하는 순간 포위망에 커다란 구멍이 뚫리면서 역전되고 말았다. 그리고 그 뒤로는 단 한 번도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다.

▲ 초반은 권주리 초단의 패기가 돋보였다. 그러나 최정 9단은 한번의 반격으로 승기를 잡은 후 끝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했다. 247수 끝, 백 16집반승.


충남 SG골프 검토실에서는 초반 최정 9단이 꾹꾹 참으며 양보해서 흐름이 좋지 않을 때에도 “권주리 초단이 잘 두네!”라고 칭찬하면 편안하게 복기했다. 그만큼 최정 9단에 대해 강한 믿음이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정작 관심은 천천히 진행되는 장고판 1국에 있었다. 누가 보기에도 6라운드 2경기의 승부판은 장고판 1국이기 때문이다.

충남 SG골프 3주전 김신영 초단 대 서울 부광약품 2주전 장혜령 초단의 대결. 두 대국자 모두 이 판의 중요성을 잘 알고 대국에 임했을 것이다. 초반 우상귀와 우하귀의 정석은 주변 배석 관계상 흑이 약간 좋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의 백의 진행에서 완착이 몇 차례 등장하면서 흑에게 흐름이 넘어왔다. 문제는 바둑이 중반으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흑이 상변에 쳐들어갔을 때 벌어졌다. 흑의 침투수는 모양의 급소로 백은 이 흑돌을 잡을 수 없다. 그런데 백86으로 두점머리를 두들겼을 때 흑87로 젖힌 수가 패착으로 이 수로는 278의 곳에 밀어서 받아야 했다. 찰나의 선택이었지만 이후에 흑에게 기회는 없었다.

▲ 종국 후 계가하는 모습. 큰 차이였기 때문에 두 대국자 모두 이미 승패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302수 끝, 백 15집반승.


1:1의 상황에서 맞이한 속기판 3국은 충남 SG골프의 2주전 송혜령 2단 대 서울 부광약품의 주장 김채영 3단의 대결이다. 두 기사 간의 첫 대국이고, 송혜령 2단도 컨디션 좋을 때는 아주 멋지게 두기 때문에 충남 SG골프 검토실에서도 약간의 기대를 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는 예상을 전혀 벗어나지 않았다. 좌상귀 패싸움으로 통한 바꿔치기가 벌어졌을 때까지만 해도 팽팽한 흐름이었지만 이후 몇 차례 흑의 행마가 삐끗했고, 그것으로 차이가 벌어지면서 그대로 승부가 결정됐다. 왜 최근 김채영이 여자바둑에서 무패 행진을 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 한판이다.

▲ 종국 후 충남 SG골프의 송지훈 코치가 복기에 합류해서 승부처를 같이 짚어보고 있다. 146수 끝, 백 불계승.


이로써 서울 부광약품이 충남 SG골프를 2:1로 물리치면서 최근의 2연패를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3승 2패로 단독 3위, 반면 패한 충남 SG골프는 3승 3패가 되면서 4위가 되어 두 팀의 순위가 바뀌었다. 두 팀 모두 강한 용병을 보유하고 있어서 후반 순위 다툼이 치열해지면 용병 선수를 아낌없이 부를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중위권이지만 항상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갈 잠재력이 있는 팀으로 분석되고 있다.

계속해서 6라운드 3경기는 24일 인제 하늘내린 대 포항 포스코켐텍의 대결이다. 대진은 이유진 : 강다정, 박지은 : 박태희, 김미리 : 조혜연이다. 인제 하늘내린은 2연승으로 기분 좋게 출발했다가 이후 3연패를 당했고, 포항 포스코켐텍은 3연승 후 1패를 당하며 주춤하고 있다. 상대전적은 묘하게도 인제 하늘내린이 전부 앞선다. 인제 하늘내린의 선수들이 포항 포스코켐텍의 선수들에게 전체적으로 상대 전적이 앞서는 것은 아닌데 최명훈 감독이 절묘하게 오더를 맞춘 것이다. 과연 최명훈 감독의 용병술이 효과가 있을 것인지가 3경기의 관전 포인트이다.


▲ 팀 순위표


2018 엠디엠 여자바둑리그는 9개팀이 정규시즌에서 더블리그로 경기를 치러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5팀을 결정한 후, 스텝래더 방식으로 우승팀을 가린다. 정규시즌 경기는 3판 다승제로 1국은 제한시간 1시간의 장고대국, 2,3국은 제한시간 10분의 속기대국으로, 초읽기는 모두 40초 5회이다. KB바둑리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대회기간이 짧기 때문에 총 5회의 통합라운드를 통해 5월 20일까지 정규시즌을 벌인 이후 포스트시즌을 치를 예정이다.

모든 경기는 목,금,토,일 저녁 저녁 6시 30분부터 바둑TV를 통해 생중계 된다. 바둑TV는 케이블TV 및 통신사의 IP TV뿐만 아니라 네이버TV를 통해서도 감상할 수 있다.

팀상금은 1위 5,000만원, 2위 3,000만원, 3위 2,000만원, 4위 1,000만원, 5위 500만원이고, 팀상금과 별도로 매판 승자 100만원, 패자 30만원의 대국료가 지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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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부광약품의 1,2국 선수들은 대국 중이고, 3국의 김채영 3단은 대국 전 마인드콘트롤을 위해 산책 중. 선수들은 없지만 권효진 감독을 위해 다른 기사들이 자리를 지켜줬다. 앞줄 왼쪽부터 박경근 5단, 권효진 감독, 최광호 초단, 김민정 초단.

▲ 앞쪽의 이용찬 감독과 송지훈 코치는 장고판 검토에 신경이 집중된 상황. 반면 뒤쪽에서는 패한 서울 부광약품의 권주리 초단이 충남 SG골프 검토실로 와서 한태희 6단(이용찬 감독 뒤에 가려진 사람)에게 자신의 바둑에 대한 의견을 듣고 있다. 검토에는 최정 9단과 김미리 3단이 같이 참여했다.

▲ 권주리 초단은 대진 운이 좋지 않은 편이다. 이번에도 여제 최정 9단을 만나 초반 포석은 잘 짰지만 중반 전투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 최정 9단은 방송에서 시키면 다 한다고 소문났던 명랑 소녀. 최근에는 많은 대국 일정으로 지친 표정인데, 본인은 나이가 한살 더 먹었기 때문에 점잖아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재미있는 N행시 내용에 빵 터지면서 예전의 소녀 모습을 다시 보여줬다.

N행시 내용은 -
박 - 박정상 9단은
정 - 정말
상 - 상큼해요.

해설자인 박정상 9단은 연신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본인의 의도와는 관계 없다고 해명했다.

▲ 장혜령 초단은 2017시즌 여자바둑리그 데뷔 시절 9전 9패의 아픔을 겪었다. 올해는 이 바둑의 승리로 2승 2패. 바둑 내용도 훨씬 좋아졌다는 평가이다.

▲ 김신영 초단은 대국의 중압감 탓인지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리고 큰 차이임에도 돌을 거두지 못해서 오히려 검토실의 동료들을 안타깝게 했다.

▲ 예전에는 바둑 내용은 나쁜데 잘 이겨간다는 얘기도 들었던 김채영 3단. 이제는 바둑 내용 자체가 훌륭해져서 원숙한 경지에 올라선 느낌을 주고 있다.

▲ 송혜령 2단은 기복이 있는 편이다. 잘 둘 때와 못 둘 때의 편차가 좀 큰 편이다. 오늘 바둑은 잘 안 풀리는 경우였다.

▲ 장혜령 초단의 기풍이 예전보다 타이트해졌는데 백홍석 코치의 영향이 있었냐는 박정상 해설자의 질문에 대해, 권효진 감독은 "아마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팀이 2연패 중인데 백홍석 코치가 여행을 가버렸다."고 폭로해서 웃음을 자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