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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언이 알려주는 진리, ‘적의 급소가 나의 급소’
9라운드 하이라이트 - 루민취안 대 왕천싱
  • [엠디엠 여자바둑리그]
  • 여자바둑리그 2018-04-12 오전 12:22:30
▲ 중국 강자의 대결이 벌어진 9라운드 4경기. 이번에는 루민취안이 이겼고, 그 결과 팀 승리도 서울 부광약품이 가져갔다.

2018 엠디엠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전반기를 간단히 요약해 보겠다.
1) 여수 거북선, 후보 없이 삼각편대로 전반기 1위.
2) 무적의 김채영, 서울 부광약품을 이끌다.
3) 용병이 이기면 팀이 이긴다. (반대로 용병이 지고 팀이 이긴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
4) 1위~9위까지 순서대로 줄 서 있다.

아주 간단히 정리했는데, 그 중 2), 3)번 규칙이 깨질 뻔 했던 경기가 바로 전반기 마지막이었던 9라운드 4경기이다. 포항 포스코켐텍의 왕천싱 5단이 패했음에도 3국에서 주장 박태희 2단이 서울 부광약품의 주장 김채영 3단에게 한때 필승의 형세를 구축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리해지면 더욱 강해지는 김채영 3단의 집념의 추격전에 역전을 허용해서 결국 규칙이 깨지지 않았다. 그 바둑은 너무 복잡해서 간단하게 하이라이트로 소개할 수 없고, 애초 승부판으로 지목됐었던 용병 간의 대결을 소개한다.

서울 부광약품의 루민취안 4단은 99년생의 어린 기사. 중국에서는 차세대 위즈잉으로 떠오르고 있는 강자인데, 중국 정보에 정통한 권효진 감독이 특별히 찍어서 스카웃했으므로 당연히 강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전반기에 4회 등판해서 모두 이겼다.

왕천싱 5단은 91년생으로 위즈잉 6단과 동시대 강자이다. 현재 중국에서 위즈잉, 루이나이웨이에 이어 여자 랭킹 3위에 올라 있다. 2018 한국여자바둑리그 전반기 성적은 2승 2패인데, 1패는 최정 9단에게 그리고 또 하나의 1패는 바로 이 바둑으로 루민취안 4단에게 진 것이다.

두 기사의 상대전적을 루민취안 4단에게 물었더니, 자신이 어렸을 때는 많이 졌었고, 근래에는 비슷, 가장 최근의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는 자신이 졌다고 한다.

이 바둑은 용병간의 맞대결이기에 팀의 승부와 직결될 것으로 예측되어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이 바둑의 결과대로 팀의 승부가 나오기도 했다. 당시 방송에서는 루민취안 4단의 일방적인 승리인 것으로 소개됐는데, 검토실에서는 사실 깜짝 놀랄만한 반전의 묘수를 찾아놓고 있었다. 그 수를 소개한다.

<9라운드 하이라이트>
9라운드 4경기 속기판 2국
○ 루민취안 4단 (서울 부광약품 후보)
● 왕천싱 5단 (포항 포스코켐텍 후보)

▲ 장면도

장면도 (대형 수상전)
초반 우하귀와 우상귀가 엮여서 시작된 1차 전투는 백의 판정승, 아직 우상귀 백돌에는 뒷맛이 남아 있기 때문에 백이 유리한 결말이다.

따라서 불리한 왕천싱 5단은 형세 만회를 위해 전단을 구할 수밖에 없고, 상변에서 시비를 걸어갔다. 이때 루민취안 4단은 적당히 타협해도 우세했지만, 백돌이 많은 곳에서의 전투이므로 전력의 우세를 믿고 최강으로 맞섰다. 그 결과 흑1, 백2까지 흑 대마와 백 대마의 수상전이 벌어졌는데 딱 보기에도 흑이 곤란해 보이는 장면이다.


▲ 1도

1도 (실전진행)
상변 백돌의 수는 4수. 흑 대마는 패가 있지만 2수. 따라서 흑은 상변보다는 좌변과 싸움을 벌이는 게 낫다. 그래서 흑1로 끊었는데 사실 이 수는 패착이다. 백2로 웅크린 수가 수를 늘리는 호착으로 6까지 진행되고 보니 흑이 대책이 없다. 계속 두면 한수 늘어진 패가 되는데, 두 개는커녕 한 개의 팻감이 없다. 그래서 흑7로 붙여서 팻감을 만들어 보려 했지만 백이 몇 수 받아주다가 패를 해소하며 좌상 흑 대마를 전부 잡아서 사실상 승부가 끝나고 말았다.


▲ 2도

2도 (한 수 늘어진 패)
만약 흑1로 이으면 백2로 단수 치고 흑3으로 따내면서 한 수 늘어진 패. 흑은 팻감이 없는 반면 오히려 백은 팻감이 있어서 당장 이렇게 패싸움을 하는 것은 무리이다.


▲ 3도

3도 (패의 가치가 작아짐)
흑1로 젖혀서 좌변 백돌이라도 확실히 잡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백2로 따내면 상변 백 대마가 살아가서 패의 가치가 작아진다. 게다가 이러고도 좌변 백 대마는 그냥 잡혀 있는 게 아니다.


▲ 4도

4도 (3도에 이은 진행)
흑3으로 백 한점을 따낼 때 백4로 단수 치면 또 다시 패. 그러나 이미 상변 백 대마는 살아갔고, 좌변만의 패싸움이기 때문에 흑만 부담이 커서 백의 꽃놀이패이다. 이렇게 진행되면 흑에게는 전혀 승산이 없다.


▲ 5도

5도 (적의 급소가 나의 급소)
그렇다면 흑에게는 대책이 없었을까? 그렇지 않다. ‘적의 급소가 곧 나의 급소’라는 격언대로 흑1로 먼저 찝는 묘수가 있었다. 만약 백2로 연결하면 흑3으로 단수 친다. 이제는 백4의 단수에 흑5로 이어서 그만이다. 다음 A,B가 맞보기이기 때문에 좌상귀 백 대마가 그냥 잡힌 결과이다.


▲ 6도

6도 (백의 최선)
흑1이면 백은 2로 그냥 단수 치는 것이 최선인데 이때 흑3으로 끊는다. 백4로 따내면 상변 백 대마는 살아간다. 그러나...


▲ 7도

7도 (6도에 이은 진행)
흑5로 따내고 나면 좌변의 백돌이 그냥 잡혀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이 4도와의 차이이다. 즉 4도는 좌변 백돌과의 수상전이 패인 반면, 7도는 그냥 백돌이 잡혀 있다.
이러한 수순은 서울 부광약품의 검토실에서 찾아낸 수. 대국자 및 해설자는 이 수순을 모르고 있었다. 서울 부광약품에서는 이 묘수를 발견한 후, 걱정하고 있었는데 다행히 이 수순은 등장하지 않았다. 서울 부광약품 입장에서는 행운, 포항 포스코켐텍으로서는 불운이다.


▲ 8도

8도 (장면도 이전의 상황)
서울 부광약품 검토실의 의견에 따르면 7도와 같이 진행됐으면 백이 좋은지 자체가 의문이라고 한다. 장면도 이전, 즉 흑이 승부수를 걸기 이전의 상태가 8도. 7도와 비교해 보면 중앙 백 세력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흑은 좌변에서 20집 이상의 실리를 얻었다. 따라서 8도의 장면이 백의 우세라는 점을 감안하면 7도의 결과는 흑의 대성공이라는 결론이다.

<166수 끝, 백 불계승>

바둑은 다양하고 오묘한 수들이 많아서 모든 수를 다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두뇌로는 버거운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하다. -혹시 알파고는 가능할까?-
이럴 때 인간의 오랜 노하우가 축적된 몇 가지 바둑 격언들이 의외로 큰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적의 급소가 나의 급소’, 이 격언만 되새겼으면 발견할 수도 있었던 묘수가 바로 5도의 흑1이다.

* 아무도 모르고 지나갈 뻔한 이 묘수를 찾아내서 독자에게 소개할 수 있게 해준 서울 부광약품 검토실에 감사를 드린다.

▲ 서울 부광약품 검토실에는 권효진 감독과 선수들 이외에 박경근 5단, 최광호 초단이 함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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