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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세의 루이나이웨이는 지금도 건재하다
충남 SG골프, 최정을 아끼고도 1경기에서 2:0 승리
  • [엠디엠 여자바둑리그]
  • 여자바둑리그 2018-05-26 오후 8:37:32
▲ 22세의 나이 차이가 무색하게 오랜 기간 라이벌로 대립해 온 두 기사가 다시 만났다. 바둑 내용은 격렬했으나 승부는 딱 반집 차이, 루이나이웨이 9단이 이겼다.

5월 26일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벌어진 플레이오프 1경기에서 충남 SG골프가 포항 포스코켐텍에 2:0으로 승리를 거두고 챔피언결정전 진출에 한 발짝 다가섰다.

이번 포스트시즌의 특징은 정규리그 상위팀이 하위팀을 압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4위 서울 바둑의품격이 5위 서울 부광약품에게 2번의 경기 중 한 번만 이겨도 되는 승부였는데, 1경기에서 2:1로 승리해서 끝냈다. 준플레이오프는 더 심했다. 3번 승부로 진행되는데 3위 포항 포스코켐텍이 4위 서울 바둑의품격에 1,2경기 모두 2:0 완봉승을 거두고 승부를 일찌감치 끝내버렸다.

우연의 일치인지 같은 방식의 승부가 플레이오프 1경기에서도 이어졌다. 정규리그 2위 충남 SG골프가 3위 포항 포스코켐텍에 1경기에서 2:0으로 완봉승을 거둔 것이다.

▲ 플레이오프 1경기 결과표


경기 내용을 보면, 속기판 2국이 가장 치열한 승부였다. 충남 SG골프는 용병 루이나이웨이 9단을 내세웠고, 포항 포스코켐텍은 간판 선수라고 할 수 있는 조혜연 9단이 등장했다. 63년생인 루이나이웨이 9단과 85년생인 조혜연 9단은 22세의 나이 차이가 있지만 거의 같은 시기에 전성기를 보냈다. 중국, 일본, 미국을 거쳐 1999년 한국에 정착하면서 제대로 기전에 출전할 수 있었던 루이나이웨이 9단은 2012년 중국으로 돌아갈 때까지 30대 후반에서 40대가 전성기였다.

한편 아주 어린 나이(만 11세 10개월)에 입단한 조혜연 9단은 입단 직후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기 때문에 10대에서 20대가 전성기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자주 격돌했었다. 두 기사의 이번 대국은 55번째, 이 바둑 이전의 상대전적은 조혜연 9단 기준으로 18승 36패. 따라서 3번 두면 1판 이기는 정도였다.

루이나이웨이 9단의 기풍은 강렬한 전투바둑으로 유명하다. 반면 조혜연 9단은 단단하고 안정적인 기풍으로 완전히 다르다. 그런데, 오늘 조혜연 9단은 작심하고 싸움 바둑으로 나왔다. 초반부터 한 치의 물러섬도 없고 타협도 없이 계속해서 강수만을 구사했다. 상대의 기풍 변화에 당황했는지 오히려 루이나이웨이 9단이 타협안을 제시하며 주춤거렸고 그 사이에 조혜연 9단이 저만치 앞으로 내달렸다. 종반 진입 무려 조혜연 9단의 완착이 나오면서 바둑이 역전되는가 싶을 때 이번에는 루이나이웨이 9단의 실착으로 흑이 중앙 백돌 넉점을 잡는 전과를 올려 다시 차이가 벌어졌다. 그 장면에서는 조혜연 9단의 승리가 확정적인 듯 보였다. 그런데, 이때부터 조혜연 9단이 홀린 듯 실수를 하기 시작하더니 종국에는 반집의 차이로 승부가 뒤집어지고 말았다.

▲ 바둑 내용은 두 기사가 바뀐 것처럼 보였다. 안정적인 바둑을 두는 조혜연 9단이 싸움을 걸어갔고 루이나이웨이 9단이 타협을 구했다. 형세는 조혜연 9단이 계속 유리했으나 종반에 바둑이 크게 요동을 치더니 루이나이웨이 9단에게 행운이 따랐다. 273수 끝, 백 반집승.


장고판 1국은 충남 SG골프의 2주전 송혜령 2단과 포항 포스코켐텍의 3주전 강다정 2단의 대국. 두 기사의 상대전적은 1승 1패인데, 오늘 대국을 대하는 마음 자세가 다를 수밖에 없었고 이것이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오더를 보면 충남 SG골프는 주장인 여제 최정 9단을 3국에 배치하고 아껴뒀다. 즉 앞의 두 판에서 1승 1패만 하면 최정 9단이 마무리를 짓겠다는 계산이다.

반면 포항 포스코켐텍은 용병 왕천싱 5단이 오지 못했기 때문에 국내선수로만 오더를 짜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영신 감독은 고심 끝에 최정, 루이나이웨이 9단이 1,2국 중에 나올 것으로 생각하고 포스트시즌에 강한 주장 박태희 2단을 3국에 배치한 뒤에 앞의 두 판에서 1승 패 하기를 기대한 오더를 냈는데, 최정 9단이 3국에 나온 것이다. 박태희 2단이 포스트시즌에 강하다고는 해도 최정 9단에게는 열세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포항 포스코켐텍 선수들은 앞의 두 판을 모두 이겨야 한다는 심적 부담을 갖고 대국에 임할 수밖에 없게 됐다.

강다정 2단은 이러한 부담감 때문인지 초반부터 돌의 행마가 굳어 있었다. 좋게 표현하면 단단한 것이지만 나쁘게 표현하면 발이 너무 느렸다. 반면 송혜령 2단은 가벼운 행마로 곳곳의 요처를 선점해서 중반에 진입할 무렵 이미 차이가 많이 벌어졌다. 강다정 2단은 뒤늦게 하변 흑 진영에 특공대를 투입해서 마지막 승부수를 던졌지만 모두 잡히면서 승부도 결정됐다.

▲ 강다정 2단은 부담이 너무 컸는지 초반부터 행마가 굳어 있었다. 종반 승부수를 던졌을 때는 이미 어떻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199수 끝, 흑 불계승.


결국 충남 SG골프는 주장 최정 9단이 출전하지 않고도 2:0으로 승리했다. 이어서 플레이오프 2경기는 27일 바로 이어진다. 27일은 일요일이기 때문에 포항 포스코켐텍의 조혜연 9단은 출전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1경기에 출전하지 못했던 왕천싱 5단이 중국에서 오지 않으면 2경기는 2명만으로 시합을 치러야 한다.

이처럼 여려 가지 이유로 2경기도 충남 SG골프가 유리해 보인다. 그러나 승부의 세계는 다양한 변수로 의외의 결과가 나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불리한 조건의 절박함이 정신적으로 선수들을 강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과연 배수의 진을 친 포항 포스코켐텍이 반격에 성공해서 1:1을 만들 수 있을지, 아니면 충남 SG골프가 그대로 밀어붙여서 2:0으로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할 수 있을지는 27일 오전 11시부터 진행되는 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알 수 있다.


▲ 포스트시즌 대진표


포스트시즌의 모든 시합은 오전 11시부터 바둑TV를 통해 생방송으로 중계한다. 바둑TV는 케이블TV 및 통신사의 IP TV, 그리고 네이버TV를 통해서 감상할 수 있다.

포스트시즌을 거쳐 최종 순위가 결정되면 우승팀 상금은 5,000만원, 준우승팀 상금은 3,000만원, 3위팀 상금은 2,000만원, 4위팀 상금은 1,000만원, 5위팀 상금은 500만원이다.


▲ 조혜연 9단은 27일의 2경기가 벌어지는 날이 일요일이어서 출전하지 않는다. 따라서 1경기가 2018 엠디엠 한국여자바둑리그의 마지막 시합일 수도 있었다. 그래서 필승의 각오로 대국에 나섰는데, 종반 끝내기에서 실족해서 반집을 지고 말았다.

▲ 루이나이웨이 9단의 바둑에 대한 열정은 유명하다. 55세의 나이에도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전성기 못지 않게 많은 대국을 하고 있다. 조혜연 9단과 대국을 하면 '이제는 반갑고 즐거운 마음'이라고 국후 인터뷰에서 소감을 밝혔다.

▲ 2017 챔피언결정전 3경기에서는 장고판에 출전해서 팀의 우승을 결정짓는 중요한 승리를 거뒀던 강다정 2단. 오늘은 너무 긴장했는지, 초반 포석부터 행마가 좋지 않았다.

▲ 송혜령 2단은 포스트시즌 첫 줄전에서 팀에 승리를 안기는 귀중한 1승을 거뒀다.

▲ 연일 계속되는 대국으로 상대 선수는 물론 피로와 싸우고 있는 최정 9단. 올해 현재까지 45판을 둬서 35승 10패 중이다. 24일과 25일에도 국수산맥배 예선을 둬서 모두 승리했다. 오늘 출전하지 않아서 하루 쉴 수 있는 게 체력에 큰 보탬이 되어 개인이나 팀에 모두 플러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이성재 9단이 검토실에 와서 루이나이웨이 9단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 충남 SG골프 검토실. 상대 팀에 왕천싱 선수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한결 여유가 있었다.

▲ 포항 포스코켐텍 검토실. 이창석 코치와 여자 아마 강자 김규리 6단만이 같이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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