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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EDGC, 우승후보 포항 포스코케미칼 꺾고 선두 추격 재정비
2, 3주전 이민진-권주리, 리그 최강의 한중콤비 조혜연-왕천싱 무너뜨려
  • [한국여자바둑리그]
  • 2019-06-24 오후 1:58:16
▲ 오더에선 <포항 포스코케미칼>이 이겼으나 승부에선 <서울 EDGC>가 이겼다. 2, 3주전 이민진-권주리의 승리인터뷰.

6월 24일 오전 10시 홍익동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TV 스튜디오 특별대국실에서 2019 여자바둑리그 7라운드 1경기, 이영신 감독의 <포항 포스코케미칼>과 조연우 감독의 <서울 EDGC>의 1~3대국이 펼쳐졌다.

7라운드는 전반기의 마지막 경기다. 5승 1패로 단독선두를 질주 중인 <포항 포스코케미칼>로서는 1승을 보태 확실한 1위로 전반기를 마무리하고 싶을 테고 리그 신생팀다운 패기로 초반에 연승을 기록하다가 주춤, 중위권으로 물러선 <서울 EDGC>로서는 4승 대열에 합류해야 후반기 선두 추격을 노려볼 수 있으므로 역시 추가 1승이 필요한 처지.

윤현석 심판위원의 대국개시 선언으로 막을 올린 경기는 장고대국 김혜민(흑, 서울 EDGC 1주전)-강지수(백, 포항 포스코케미칼 2주전), 속기1국 왕천싱(흑, 포항포스코케미칼 용병)-권주리(백, 서울EDGC 3주전), 속기2국 이민진(흑, 서울EDGC 2주전)-조혜연(백, 포항 포스코케미칼 1주전)의 대진. 일단, 용병술은 포항 포스코케미칼의 성공으로 보인다.

장고대국 김혜민 우세, 속기1국 왕천싱 우세, 속기2국 조혜연 우세라는 일반적 예상은 고대 중국 병법의 귀재 손무가 즐겨 사용하던 용병법 그대로다. 1, 2주전을 상대팀 2, 3주전과 겨루게 하고 상대팀 1주전에 3주전을 붙여 2-1의 승리를 이끌어내는 용병법은 현대바둑 단체전에서 감독들이 가장 좋아하는 전술.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지나간 통계를 근거로 한 이런 예측은 그대로 적중한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과연, 이 경기는 어떨까.

바둑TV 해설진(해설위원-백홍석, 진행-배윤진)이 주목한 하이라이트는 <포항 포스코케미칼>의 우승청부사 왕천싱과 <서울 EDGC>의 3주전 권주리의 대국인데 관계자들의 예상은 일찌감치 왕천싱 쪽으로 기울었지만 권주리가 지난해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리그 성적 3승 1패)으로 2주전 이상의 역할을 해내고 있어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소수의견(?)도 있다.

권주리는 소수의견을 낸 응원군에 화답하듯 파이팅 넘치는 행마로 초반 우상귀 쪽 접전에서 주도권을 잡아 우위를 점했다. 흑의 비세는 전선이 확대된 우변에서, 우하귀 패싸움에서 그리고 하변 전투까지 이어졌고 권주리는 중앙 패의 공방에서도 침착하게 포위망을 넓혀 왕천싱을 압도했다. 권주리는 좌상귀 흑의 사활까지 확대되는 전투에서 몇 차례 아슬아슬한 줄타기 같은 강공으로 관전자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활극을 펼쳤으나 초반에 움켜쥔 우세를 끝까지 잃지 않았다. 비교적 넉넉한 형세로 마무리되는가 싶었던 종반 끝내기에서 하변 자충의 수단을 보고도 공배를 착각하는 바람에 예상하지 못한 손해를 자초, 역전의 짜릿한 전율이 흘렀으나 진땀으로 머리카락을 적시는 집중력을 발휘, 반집의 승리를 지켜냈고 이 승리는 그대로 팀의 승리로 이어졌다.

승부결과는 하이라이트보다 속기2국 이민진과 조혜연의 대국에서 먼저 나왔다. 초반의 흐름은 조혜연이 이길 것이라는 예상대로 흘러갔으나 중반 이후의 전국은 안개 속으로 꼬리를 감췄다. 종반에 비세를 의식한 것일까, 좌상귀와 얽힌 대마의 생사를 미뤄두고 무리한 패의 공방을 자청한 것이 조혜연의 실수였다는 게 해설위원의 진단. 흑이 패를 해소하는 수단이 선수로 작용해 백이 손해를 보면서 사는 형태가 돼서는 패색이 짙어졌다. 끝내기에서 최선을 다해 따라붙었으나 1집반의 차이는 더 이상 좁혀지지 않았다. 그동안 아쉬운 연패로 마음고생이 심했을 <서울 EDGC>의 2주전 이민진이 개인성적 1위(5승 1패)를 달리는 조혜연을 꺾고 모처럼 활짝 웃었다. 용병술에서 이기고 승부에서 패한 <포항 포스코케미칼>은 2주전 강지수가 중국원정의 피로감에서 벗어나지 못한 <서울 EDGC>의 1주전 김혜민을 제압해 영패를 모면한 것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한국기원이 주최ㆍ주관하는 2019 한국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로 정규리그를 치러 포스시즌에 진출할 상위 4개팀을 가려낸 후 스텝래더 방식으로 챔피언을 가린다. 우승상금은 5000만원, 준우승상금은 3000만원이다.

▲ 연패하고 있었으나 쉽게 진 바둑은 없었다. 그동안 아쉬운 패배로 마음고생 심했던 이민진이 다승 1위 조혜연을 꺾고 모처럼 활짝 웃었다.

▲ 연승 중인 1주전 조혜연과 연패 중인 2주전 이민진의 대결. 누구라도 조혜연의 우세를 말할 수밖에 없었는데, 승부의 신은 얄궃다.

▲ <포항 포스코케미칼>과 1주전 조혜연은 나란히 5승 2패, 승패의 리듬이 똑같다. 관전자의 눈으로 보는 이 선수의 유일한 단점은 언제나 의욕과잉이다.

▲ 하이라이트는 1주전이나 다름없는 특급용병 왕천싱과 3주전 권주리의 대결.

▲ 통계를 봐도 왕천싱의 우세. 다만 지난해와 확연히 달라진 권주리가 최근 연승(리그 개인성적 3승 1패)의 기세를 타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 바둑티비가 제공한 전력분석표. 중국랭킹2위 왕천싱은 어느 팀으로 가든 1주전으로 부족하지 않다.

▲ 바둑티비가 제공한 전력분석표. 리그 개막전에 만들어진 것이라 실제와는 다르다. 권주리의 최근 성적을 감안하면 모든 면에서 대폭 점수를 올려야 맞을 거 같다.

▲ 대국 초반은 권주리가 이길 수 있다는 소수의견(?)의 예상대로 흘러갔고 이 우세는 끝까지 바뀌지 않았다. 살 떨리는 곡예로 반집까지 쫓겼지만 권주리가 이겼다. 얼마나 치열했는지 드물게, 복기도 없이 일어섰다.

▲ "아이고, 여기서..". 대기실로 돌아오자마자 난리가 났다. 자충을 보고는 있었는데 공배를 착각했다는 얘기 같다. 그래도 이겼잖아?

▲ 누가 이 포옹의 의미를 알까. 아쉬운 연패에서 벗어난 승리가, 열세라는 예상을 뒤엎고 반집을 지켜낸 3주전의 승리가, 팀의 승리를 견인했을 때 이들의 가슴은 또 얼마나 벅찰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