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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거북선, 인제 하늘내린에 포스트시즌 탈락의 슬픔 안겨
돌아온 에이스 김다영과 관록의 김은선 승리 합작, 종반라운드의 고춧가루 과시
  • [한국여자바둑리그]
  • 2019-08-14 오후 3:07:38
▲ 전반기에 이랬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여수 거북선>의 승리인터뷰. 늦었지만 고춧가루는 마지막까지!

8월 14일 오전 10시 홍익동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TV 스튜디오 특별대국실에서 2019 여자바둑리그 13라운드 3경기 이현욱 감독의 <여수 거북선>과 유병용 감독의 <인제 하늘내린>의 1~3대국이 펼쳐졌다.

두 팀은 전반기 6라운드 2경기에서 만나 <인제 하늘내린>이 2-1로 이겼다. 1주전 김미리가 김은선을 꺾었고 2주전 송혜령이 3주전 김상인을 제압해 팀의 승리를 결정했다. 후반기 13라운드에서 다시 마주친 경기(앞쪽이 인제 하늘내린) 장고대국 송혜령(흑, 2주전 8승 4패)-김다영(백, 1주전 4승 6패), 속기1국 이단비(백, 2승 4패)-김은선(흑, 3승 5패), 속기2국 김미리(흑, 1주전 4승 8패)-이영주(백, 2주전 6승 5패)의 대진오더를 보면 미묘한 차이가 있다.

<여수 거북선>은 전반기에 자리를 비웠던 에이스 김다영이 돌아와 장고대국에 출전했고 전반기 6라운드 2경기에서 팀의 영패를 막았던 이영주가 속기2국에서 김미리와 맞선다. 패기 넘치는 신예 이단비는 관록의 김은선과 첫 대결. 김동면 심판위원의 대국개시 선언에 맞춰 일제히 시작된 1~3대국 중 바둑TV 해설진(진행-배윤진, 해설-홍성지)은 김미리-이영주의 속기2국을 하이라이트로 선택했는데 이 경기의 관전 포인트는 둘이다.

우선, 속기2국은 1주전(김미리)과 2주전(이영주)의 대결이지만 두 선수의 상대전적에선 이영주가 예상외로 5-0으로 압도하고 있어 오히려 김미리의 부담이 큰 대결이라는 것. 또 하나는 <여수 거북선>의 에이스 김다영이 전반기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것. 프소트시즌 진출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진 <여수 거북선>보다 포스트진출을 위해서 이 경기를 반드시 잡아야 하는 <인제 하늘내린>의 심리적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속기2국은 그동안의 통계나 관측자들의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초반부터 김미리가 기분 좋은 흐름으로 풀렸다. 하반부를 가득 채운 접전 중 백이 좌하 쪽 흑의 포위망에 갇힌 상태에서 발생한 패의 공방에서 초반의 우열이 갈라졌다. 큰 대가없이 좌하 쪽 백 대마를 잡으며 때 이르게 30여 집을 확보한 김미리가 우변 접전에서도 기대 이상의 전과를 올리며 승기를 잡았다. 이후 중앙 흑 대마의 사활과 상변 백 세력에 침투한 흑 일단의 탈출에 얽힌 복잡한 실랑이가 있었지만 중앙 흑 대마도 안정시키고 위험해 보였던 상변 흑 일단까지 생환하면서 승부를 끝냈다. 대 이영주전 5연패의 사슬을 끊는 값진 승리였다.

속기2국을 집중 조명하는 사이 패기와 관록으로 격돌한 속기1국이 먼저 끝났다. 뭔가 전체적인 흐름이 하루 전 <서귀포 칠십리>와 <부안 곰소소금>의 경기를 보는 듯한 느낌. 흑을 쥔 <여수 거북선>의 김은선이 발 빠르게 세 귀를 차지하고 상변에 큰 세력을 구축하고 좌변 백 세력을 효과적으로 무너뜨리면서 일찌감치 우위를 점했고 좌변에서 흘러나온 흑 대마가 무사히 하변과 연결돼서는 질 수 없는 승부가 됐다. 이단비도 최선을 다해 상변과 중앙, 하변을 분주하게 오가며 반전의 기회를 노렸으나 김은선의 철벽방어를 뚫지 못하고 돌을 거두었다.

하루 전 경기와 유사하게 속기1, 2국에서 1승 1패를 기록해 장고대국의 결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으로 흘러간 승부는 결과까지 비슷했다. 장고대국은 그동안 송혜령과의 승부에서 밀렸던 김다영(백, 여수 거북선)이 완연하게 달라진 모습으로 승리했다. 송혜령이 초반의 불리한 형세에서 최강으로 맞서 중반으로 접어들어 팽팽한 국면을 이끄는 듯했으나 우하귀 백의 사활이 걸린 패의 공방 이후 급격하게 무너졌다(백이 1선으로 젖혀서 버티는 강수를 미처 읽지 못한 듯). <인제 하늘내린>으로서는 뼈아픈 패배였다.

이 경기에서 <인제 하늘내린>이 패하는 순간 8승을 기록 중인 <포항 포스코 케미칼>과 <서울 사이버오로>의 포스트진출은 확정이 됐고 <인제 하늘내린>은 탈락했다. <서귀포 칠십리>가 남은 한 경기(대 서울 사이버오로)에서 승리하면 그대로 포스트시즌 진출, 패하면 7승 7패로 <서울 EDGC>와 <인제 하늘내린> 세 팀이 동률이 되지만 개인승수에서 <서귀포 칠십리>, <서울 EDGC>에 크게 뒤진 <인제 하늘내린>은 안 된다.

한국기원이 주최ㆍ주관하는 2019 한국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로 정규리그를 치러 포스시즌에 진출할 상위 4개팀을 가려낸 후 스텝래더 방식으로 챔피언을 가린다. 우승상금은 5000만원, 준우승상금은 3000만원이다.

▲ 김다영(왼쪽, 여수 거북선) 송혜령의 돌 가리기. 인제 하늘내린의 흑.

▲ 이제 한 라운드밖에 안 남았네, 라고 인사를 건넨 김동면 심판위원.

▲ 실질적인 에이스 대결, 장고대국. 그동안 송혜령이 김다영에게 우위를 보였는데..

▲ 속기1국은 패기와 관록의 대결, 이단비(왼쪽, 인제 하늘내린)-김은선(백, 여수 거북선).

▲ 하이라이트로 꼽힌 속기2국. 김미리가 대 이영주전 5연패를 극복할 수 있을까.

▲ 초반의 흐름은 백(이영주)도 나쁘지 않았다. 패의 공방 중 팻감활용과 이후 운영이 형세를 그르쳤다.

▲ 자꾸 지면 심리적으로 위축돼 극복이 쉽지 않다. 5연패의 사슬을 끊어낸 김미리의 값진 승리.

▲ 패했지만 마지막까지 끈끈한 추격전을 보여준 이영주(왼쪽). 리그 성적 6승 6패 기록.

▲ 신예의 패기에 맞서 관록의 진가를 보여준 김은선. 전국을 주도하면서 타개와 수습에서도 빈틈이 없었다.

▲ 신예들은 부단히 싸워야 한다. 오늘의 아픈 패배는 내일의 발전을 위한 약이 될 것.

▲ 중반까지 팽팽했던 장고대국. 우하귀에서 백이 1선으로 젖히는 순간 승률그래프를 그리는 인공지능들이 일제히 백, 만세!

▲ 전반기 내내 슬럼프에 빠져 괴로웠던 <여수 거북선>의 에이스 김다영. 늦었지만 제 모습을 되찾았다.

▲ 그동안 우위를 점했던 상대에게 결정적인 순간 허를 찔린 송혜령(오른쪽) 이 패배는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