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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 칠십리, 포항 포스코케미칼 꺾고 플레이오프 서전 장식
오정아-조승아 원투펀치 승리합작, 조혜연은 여자프로 최초 통산 600승 달성
  • [한국여자바둑리그]
  • 2019-08-27 오후 3:35:55
▲ 장고대국을 제압해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의 기틀을 마련한 <서귀포 칠십리> 1주전 오정아와 이지현 감독 승리인터뷰.

8월 27일 오전 10시 홍익동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TV 스튜디오 특별대국실에서 2019 한국여자바둑리그 프레이오프 1차전, 이영신 감독이 이끄는 <포항 포스코케미칼>과 이지현 감독의 <서귀포 칠십리>의 1, 2대국이 시작됐다. 두 팀은 전, 후반기 경기에서 모두 <포항 포스코케미칼>이 2-1로 이겼다. 플레이오프전의 변수는 전, 후반 두 경기에서 <포항 포스코케미칼>의 2승을 책임졌던 특급용병 왕천싱의 출전 여부.

포스트시즌은 하위 팀이 먼저 장고대국 오더를 공개하는 어드벤티지가 적용되는데 준플레이오프에서 3위 팀 <서울 사이버오로>를 꺾고 올라온 <포항 포스코케미칼>이 김제나(3주전, 정규리그 1승 3패, 준플레이오프 1승)를 장고대국에 배치한 것으로 보아 왕천싱의 결장 가능성이 높아졌다. 김제나가 준플레이오프의 수훈갑이긴 해도 왕천싱이 출전한다면 김제나보다 안정적인 2주전 강지수를 아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서귀포 칠십리>는 확실한 1승을 움켜쥐기 위해 1주전 오정아(백, 정규리그 7승 6패)를 장고대국으로 내보냈고 관전자들은 두 팀이 1, 2국을 1승 1패로 나눈 뒤 이어지는 속기2국에서 승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윤현석 심판위원의 대국개시 선언에 맞춰 시작된 장고대국과 나란히 진행된 속기1국은 조혜연(백, 1주전 정규리그 10승 4패, 준플레이오프 1승)-김수진(흑, 3주전 정규리그 6승 5패). 성적, 랭킹, 전력분석에선 조혜연이 월등히 앞서 있으나 의외로 상대전적은 조혜연이 4승 3패로 근소한 우위에 있다. 김수진이 3주전이지만 호락호락한 상대는 아니라는 뜻. 실제로 <서귀포 칠십리>의 정규리그 2위는 김수진의 기여가 작지 않고 바둑TV 해설진(진행-배윤진, 해설-백홍석)도 그런 이유로 속기 1국을 하이라이트로 선정한 것 같다.

초반 포석은, 흑이 하변에 세력을 구축하고 백은 좌하 쪽 철벽을 배경으로 좌변에 무게중심을 두는 구도로 갈렸다. 승부는 근소한 상대전적에 비해 비교적 쉽게 판가름났다. 좌변 백의 세력 중심으로 흑이 뛰어든 접전에서 백이 상변 쪽을 선점하지 않고 좌변 울타리를 강화하자 흑이 상변으로 뛰어들었고 백이 상변과 우상귀 흑의 연계공간을 갈라 압박하면서 급전으로 흐르는 양상. 상변에서 중앙을 거쳐 좌하 쪽으로 이어진 흑 대마가 일방적으로 쫓기다가 패로 버텨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AI 승률그래프들이 모두 백색으로 뒤덮였다. 흑의 패색이 뚜렷한 상황에서 우상 쪽과 우상귀에 사활이 걸린 패가 발생하는 난전이 됐으나 결과는 흑의 파멸. 조혜연은 중앙의 대회전에서 흑 대마를 압박하는 호쾌한 반면운영으로 완승, 자신의 프로 통산 600승을 자축했다.

장고대국도 길게 이어지지 않고 바로 끝났다. 예상대로 오정아의 여유 있는 완승. 속기1국이 끝나고 바둑TV 해설진과 관전자들의 시선이 속기1국으로 돌아갔을 때는 이미 오정아 쪽으로 승부가 기울어져 있었다. 특유의 탄력적이고 두터운 반면운영으로 전국의 흐름을 이끈 오정아는 중앙과 하변에서 결행된 김제나의 승부수를 철저하게 봉쇄해 승리를 굳혔다. 1, 2국이 1승 1패가 되면 두 팀은 10분 내에 속기2국의 오더를 제출해야 하고 20분 뒤에 심판위원 입회 아래 대국을 시작한다.

속기2국은 예상대로 강지수(흑, 포항 포스코케미칼 2주전, 정규리그 6승 8패, 준플레이오프 1패)-조승아(백, 서귀포 칠십리 2주전, 정규리그 10승 4패)의 대결. 리그 성적은 조승아가 앞서지만 상대전적 2승 2패의 팽팽한 균형이 말해주듯 이 한판으로 팀의 승패가 결정된다는 중압감이 선수들을 얼마나 짓누르는지 입증된 승부였다. 동갑내기의 싸움은 미묘하게 다르다. 결과부터 말하면 ‘거침없는 패기(강지수)’와 ‘침착한 모색(조승아)’의 뚜렷한 개성이 정면충돌한 승부는, ‘침착한 모색의 조승아’가 승리했다.

조승아는 대국 중반까지 강지수의 거침없는 속사공격(?) 페이스에 휘말려 인공지능 승률그래프가 검은색으로 거의 뒤덮일 만큼 불리한 상황으로 몰렸으나 압도적인 우세의 국면에서도 빠른 손을 늦추지 않은 강지수가 우상 쪽 전투에서 범한 실수를 정확하게 짚어 역전의 기틀을 잡았고 박빙으로 이어진 종반 끝내기에서도 조금씩 따라붙어 형세를 뒤집었다. 조승아로서는 수십 집의 전과를 올리고도 1집 반의 신승을 거둘 만큼 악전고투. 강지수로서는 ‘승부처에서 신중한 수읽기’에 대한 뼈저린 성찰이 필요한 승부였다. 28일 플레이오프 2차전, 배수의 진을 쳐야 하는 <포항 포스코케미칼>의 오더가 주목된다.

한국기원이 주최ㆍ주관하는 2019 한국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로 정규리그를 치러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상위 4개팀을 가려낸 후 스텝래더 방식으로 챔피언을 가린다. 우승상금은 5000만원, 준우승상금은 3000만원이다.

▲ 포스트시즌은 이렇게 진행됩니다.

▲ <서귀포 칠십리>, <포항 포스코케미칼>과 상성이 좋지 않나요? 전, 후반기 경기에서 모두 패배. 변수는 <포항 포스코케미칼>의 특급용병 왕천싱의 출전 여부.

▲ 윤현석 심판위원의 규정 설명에 이은 대국개시 선언으로 장고대국, 속기1국 출발.

▲ 오정아(백, 서귀포 칠십리 1주전)와 맞선 김제나(흑, 포항 포스코케미칼 3주전). 준플레이오프의 행운을 재현할 수 있을까?

▲ 포스트시즌에 더 강력해진 <포항 포스코케미칼>의 에이스 조혜연. 만만찮은 상대 김수진을 만났는데..

▲ 김수진(흑) 중앙 버티기가 무리였을까. 중앙 흑 대마가 일방적으로 쫓기면서 조혜연의 우세가 뚜렷해졌다.

▲ 1주전과 3주전의 대결이었지만 상대전적은 4승 3패로 조혜연이 근소하게 앞선 정도의 차이였다. 김수진으로서는 아쉬운 반면운영.

▲ 큰 승부일수록 강해지는 조혜연. 강인한 집중력, 승부근성. 열세일 때 더 치열하고 정교해지는 수읽기. 통산 600승의 힘이다.

▲ 속기1국이 끝나고 장고대국으로 시선을 돌렸을 때는 이미 승부가 오정아 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 중앙에서 승부수를 모색하다 하변으로 손을 돌린 김제나의 갈등이 아쉽다. 중앙에서 좀 더 강인하게 버텼으면 어땠을까.

▲ 정규리그 후반 어이없는 연패로 입은 데미지를 벗어난 것으로 보이는 오정아. 포스트시즌에선 에이스의 모습이 완연하다.

▲ 거침없고(강지수) 침착한(조승아) 상반된 기질, 상대전적 2승 2패, 각각 팀의 2주전. 흥미진진한 동갑내기의 격돌인데..

▲ 백이 초반 우세를 잡는가 싶었는데 좌변 접전에서 전과를 올린 강지수가 전세를 뒤집었고 이 우세는 종반까지 이어졌다.

▲ 백의 패색이 뚜렷한 종반, 시종 흐름을 이끌어온 강지수의 번개손이 문제를 일으켰다. 우상 쪽의 실착 하나로 대반전.

▲ 종반 끝내기까지 미세하나마 흑이 앞서는 형세였는데 침착하게 조금씩 따라붙은 조승아가 기어이 뒤집었다. 결국, 이지현 감독의 <서귀포 칠십리>가 플레이오프 3번기 선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