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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령 머드, 전기 챔피언 부안 곰소소금 꺾고 서울 부광약품과 승차 없는 2위
세계의 원톱 최정과 천적 이유진의 7연패 사슬 끊은 강다정이 팀의 승리 합작
  • [한국여자바둑리그]
  • 2020-05-30 오후 11:01:38
▲ 보령 머드 2승으로 선두권 나섰다. 문도원 감독과 대 이유진 7연패의 사슬을 끊고 팀의 승리를 결정한 강다정 승리 인터뷰.

5월의 마지막 토요일(30일) 오후 6시 30분, 서울 홍익동 소재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TV 스튜디오에서 김효정 감독이 이끄는 부안 곰소소금과 문도원 감독의 보령 머드의 대결, 2라운드 3경기가 속개됐다.

신생팀 보령머드는 1라운드에서 인천 EDGC를 꺾어 1승을 거두었고, 2019시즌 통합챔피언 부안 곰소소금은 서울 부광약품에게 1패를 당한 상황. 리그 초반에 연패를 당하면 팀 분위기가 가라앉아 장기 레이스에 악영향을 끼치게 되므로 부안 곰소소금은 어떻게든 1라운드의 패배를 만회해야 하는데 보령 머드는 선수 전원 승리로 승점을 올리면 서울 부광약품과 동률선두가 되고 2-1로 승리하면 승차 없는 2위가 된다.

장건현 심판위원의 대국개시 선언과 함께 시작된 이 경기의 관전 포인트는 제1~3국 전부다. 말장난 같지만 그만큼 팬들이 보기에 재미있는 오더로 짜였다. 장고대국으로 펼쳐지는 제1국의 오더는 일단, 보령 머드가 불운하다.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는 법은 없지만 부안 곰소소금의 3주전 이유진은 보령 머드의 강다정을 상대로 7승 무패, 특별히 강한 면모를 보이는 천적이기 때문이다.

제2국은 에이스 맞대결. 여자바둑 랭킹1위 최정(보령 머드 1주전)과 랭킹2위 오유진(부안 곰소소금 1주전)의 대국인데 최정은 여자 프로바둑계에서 이전에 없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최강자. 랭킹 1, 2위라지만 상대전적에서 20승 2패, 크게 열세로 보이는 오유진이 최정을 상대로 어떤 전략과 전술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제3국은 여자바둑리그에서 가장 안정적인 2주전으로 꼽히는 부안 곰소소금의 허서현과 보령 머드의 샛별 김경은의 대결. 지난해라면 말할 필요도 없이 허서현의 손을 들어주겠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불과 1년 사이에 부쩍 성장한 김경은이 1라운드에서 인천 EDGC의 ‘하드펀처’ 박태희의 대마를 잡으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김경은이 여세를 몰아 대기의 가능성을 입증할지, 대 김경은전 3승 무패로 앞선 허서현이 그 기세를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되는 승부다.

바둑TV 해설진(진행-류승희, 해설-최명훈)이 꼽은 하이라이트는 에이스 맞대결로 성사된 제2국인데 명불허전 최정의 재확인. 국내를 벗어나 세계의 원톱으로 우뚝 선 최정은 역시 강했다. 초반 포석단계에서는 오유진이 나쁘지 않았는데 하변 2선 젖힘과 우하 쪽 두점머리 코붙임의 응수타진 한방으로 순식간에 주도권을 움켜쥐었다. 병력이 우세한 우상 쪽에서 펼쳐진 육박전에서 우위를 점했고 상변 백이 탈출하는 과정에서 필승지세를 구축했다. 오유진은 좌변 흑 대마 공략으로 승부수를 띄웠으나 워낙 탄력이 풍부한 형태라 잡힐 돌이 아니었다. 최정이 여유 있게 흑 대마를 수습하자 싹싹하게 돌을 거두었다. 최정은 2018년 10월 11일 이후 여자 프로들에게 단 한 판도 내주지 않고 48연승을 질주하는 대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보령 머드 선승.

8시에 시작된 제3국이 뒤를 이었다. 1라운드에서 관록을 자랑하는 베테랑의 대마를 잡으며 팀의 승리에 기여했던 보령 머드의 김경은이 중반 초입까지 부안 곰소소금의 허서현을 리드해 문도원 감독을 흐뭇하게 했는데 유리하게 이끌 수 있었던 중앙전에서 무리수를 연발하다가 역전을 허용했고 이후 중앙 백 대마의 타개과정에서도 허서현의 실수를 틈타 필승의 기회를 잡았으나 또 다시 초강수를 거듭하다가 자멸했다. 김경은이 팀의 확실한 주축이 되기 위해서는 에이스 최정에게 승부처에서 완급을 조절하는 비법을 전수받아야 할 듯. 우상 쪽에서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고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패색이 짙었던 바둑을 뒤집은 허서현은 1라운드에 이어 연승을 기록했다. 부안 곰소소금이 반격에 성공하면서 1승 1패, 승부는 제1국(장고대국)으로 넘겨졌다.

제1국은 천적 이유진(부안 곰소소금)에게 단 한 판도 이기지 못하고 철저하게 눌려왔던 강다정(보령 머드)이 지긋지긋했던 7연패의 사슬을 끊으면서 팀의 승리도 결정했다. 강다정은 엎치락뒤치락하던 중반 좌상전투에서 흑 대마를 잡아 일찌감치 승세를 구축했으나 보령 머드의 문도원 감독은 ‘7연패의 징크스가 워낙 커서 마지막 끝내기까지 마음 졸이면서 지켜봤다.’고. 승리한 보령 머드는 서울 부광약품과 함께 2승을 기록했으나 개인승수에서 1승 뒤져 승차 없는 2위에 올랐고 패한 부안 곰소소금은 초반 연패의 충격 속에 하위권으로 밀려났다. 에이스 오유진이 1라운드에서 김채영(서울 부광약품 1주전)에게 반집패하고 2라운드에서 상대전적 2승 20패의 ‘넘사벽’ 최정(보령 머드 1주전)과 맞붙은 게 부안 곰소소금의 불운.

2020 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 총 56경기, 168국으로 3판 다승제(장고 1국, 속기 2국)로 겨루며 두 차례의 통합라운드를 실시한다. 9월에 열리는 포스트시즌을 통해 정규리그 상위 4개팀이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으로 열리는 스텝래더 방식으로 여섯 번째 우승팀을 가려내는데 단판으로 열렸던 준플레이오프는 2경기로 늘렸다. 3위 팀은 1경기 승리 또는 무승부일 때, 4위 팀은 2경기 모두 승리해야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을 수 있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전년과 동일한 3경기로 열린다. 바둑TV를 통해 매주 월~목요일 오전 10시에 중계됐던 여자바둑리그는 이번 시즌부터 목~일요일 오후 6시 30분으로 옮겨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2020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상금은 각 순위별 500만원 인상해 우승팀에게는 5500만원이, 준우승 3500만원, 3위 2,500만원, 4위 1,500만원이 주어진다. 우승상금과 별도로 책정되는 대국료는 전년과 동일한 승자 100만원, 패자 30만원이다.

▲ 오랜만에 돌 가리기. 부안 곰소소금의 선착이다.

▲ 장건현 심판위원의 규정 설명과 대국개시 선언.

▲ 보령 머드의 강다정(백)은 부안 곰소소금 이유진에게 7연패 중. 오늘은 벗어날 수 있을까.

▲ 그냥 '포기해'라고 말할 순 없지만 그래도 천적이라면 열 판은 채워줘야 예의 아닌감? 이유진, 대 강다정전 7연승의 자신감.

▲ 승운이 따라주지 않는 부안 곰소소금의 에이스 오유진. 1, 2라운드에서 계속 최강의 상대와 만났다. 김채영에 이어 최정이라니. 어휴, 진짜!!

▲ 우주소녀처럼 몰라보게 달라진 보령 머드의 김경은. 지난해 의기소침했던 소녀는 잊어주세요. 연승을 향해, 얍!

▲ 최정은 '넘사벽'. 당분간 여자바둑계에선 누구도 근처에 접근하지 못할 거 같다. 실제론 그렇지 않겠지만 결과를 보면 너무 편안하게 이겨가는 느낌적 느낌. 비결이 뭡니까.

▲ 도대체 어디서 잘못된 거지? 순식간에 당해버렸다. 명색이 랭킹2위인데 속절없이 밀려버린 오유진.

▲ 가장 먼저 승리를 신고하고 나온 최정 인터뷰. 동료를 응원하라는 바둑티비 해설진의 요구에 막내 김경은의 이름을 연호했는데..

▲ 최정 언니의 응원을 못 들었나 보나. 중반까지 여유 있게 리드하던 형세였는데 초강수를 연발하다가 스스로 무너진 김경은.

▲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고도 패색이 짙은 바둑을 뒤집은 부안 곰소소금 허서현의 끈기와 집중력이 돋보였다.

▲ 일찌감치 좌상 쪽 흑 대마를 잡아 필승지세를 구축하고도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악몽의 7연패를 마감한 보령 머드의 강다정.

▲ 한판, 한판 지다 보니 7연패더라고요. 넘어섰으니 즐겁다. 승리한 보령머드의 문도원 감독과 강다정 인터뷰.

▲ 좌상 쪽 흑 대마를 잡아 여유가 있었던 거 같은데 그래도 끝까지 마음 졸이면서 봤다는 문도원 감독.

▲ 여자바둑리그 감독은 엄마의 역할도 한다. 팀의 승패와 무관하게 선수들을 알뜰하게 챙겨준다. 부안 곰소소금 김효정 감독과 허서현 2승 자축? 아니고 생일이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