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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부광약품, 보령 머드 끌어내리고 3위로 한 계단 올라서
2지명 김미리 선제 1승, 1지명 김채영이 최정의 11연승 저지하며 팀의 승리 결정
  • [한국여자바둑리그]
  • 2020-07-30 오후 11:32:19
▲ 최정의 11연승(국내 여자바둑 58연승)을 저지하며 <서울 부광약품>을 3위로 끌어올린 1지명 김채영과 팀 승리의 디딤돌 놓은 2지명 김미리 승리 인터뷰.

7월 30일(목요일) 오후 6시 30분, 서울 홍익동 소재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TV 스튜디오에서 11라운드 1경기가 이어졌다.

전반기 초반에 선두를 다투던 보령머드(문도원 감독)와 서울 부광약품(권효진 감독)이 후반기로 넘어와 조금 다른 양상으로 마주쳤다. <보령 머드> 6승 4패 2위, <서울 부광약품> 5승 5패 4위. 팀 승수는 <보령 머드>가 1승 앞서 있으나 개인승수는 16승으로 같고 전반기 두 팀의 격돌에선 <서울 부광약품>이 2승 1패로 이겼다. ‘원톱’ 최정이 확실한 1승을 보장해왔지만 3전 2승제의 단체전에선 강력한 ‘원톱’의 1승보다 안정적인 ‘원투펀치’의 2승이 유리한 법이다. 그런 면에서 다승 2위(8승 2패)를 달리는 김채영과 6승 4패(7인 공동 4위)를 기록 중인 김미리가 이끄는 <서울 부광약품>이 5승 5패로 4위에 머물고 있는 게 신기하다면 신기한 일이다.

공개된 대진오더는 미묘한 균형을 보여준다. 전반기에 비할 때 <보령 머드> 쪽에 최선으로 짜였다. 김경은(보령 머드 3지명, 4승 5패)과 정유진(서울 부광약품 4지명, 1승 4패)의 제1국은, 첫 대결이지만 슬럼프에 빠진 강다정 대신 2지명의 역할을 버텨주고 있는 김경은이 나을 것 같은데 변수는 있다. 드러난 성적은 나쁘지만 누구와 겨뤄도 패기를 잃지 않고 대등한 경기력을 펼치는 정유진이 하루 전 하림배 여자국수전에서 랭킹4위 조승아를 꺾어 기세가 한껏 올라있다는 것이다.

김미리(서울 부광약품 2지명, 6승 4패)와 강다정(보령 머드 2지명, 1승 6패)의 제2국도 미묘하다. 2020 리그 성적을 비교하면 단연 김미리의 우세인데 상대전적에선 강다정이 2승 1패로 앞서 있다. 이 대국은 강다정의 ‘부진 탈출’ 여하가 변수. 최정(보령 머드 1지명, 10연승)과 김채영(서울 부광약품 1지명, 8승 2패)의 제3국은, 팬들이 학수고대하던 대결인데 김채영이 2패를 안고 만나게 돼 다소 김이 빠졌으나 여전히 랭킹1, 2위의 격돌인 만큼 멋진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한다. 상대전적은 최정 기준 15승 2패.

6시 30분, 이성재 심판위원의 경기 규정 설명을 거쳐 제1, 2국이 시작되고 동시에 바둑TV 해설도 시작됐다. 생방송 중계, 해설은 배윤진 캐스터와 백홍석 해설위원. 진행이 가장 빠른 제2국, 김미리(백)과 강다정(흑)의 속기 대국부터 집중 해설했다.

제2국은 상승세의 김미리,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한 강다정의 상태를 그대로 대변해주듯 진행되고 끝났다. 초반은 흑의 세력, 백의 실리로 갈라져 잘 어울렸다. 좌상 쪽 백의 취향으로 좌변 흑의 실리가 커져 상변 접전에서 백이 대가를 받아내지 못하면 불리한 형세가 됐는데 흑이 두텁게만 처리하면 우위를 점할 수 있었던 싸움에서 초강수를 연발하다가 자멸에 가까운 최악의 결과를 만들었다. 선수로 빅을 만들 수 있는 형태를, 우변 쪽 흑 다섯 점을 보태주고 후수 빅으로 만들어 패색이 짙어졌고 중앙접전에서 전국의 지형이 거의 굳어져 더 이상 변화의 여지도 없었다. 결국, 김미리의 두터운 마무리로 <서울 부광약품>이 먼저 승리의 깃발을 들어올렸다. 234수 끝 백 불계승.

8시 30분 팬들이 고대하던 빅매치, 한국 여자바둑랭킹 1, 2위의 격돌. 최정(백)과 김채영(흑)의 제3국이 시작되고 중반전으로 흐를 무렵 제1국이 끝났다. <보령 머드>의 김경은(백)의 역전승. 중반까지 실리부족으로 밀리던 백이 우변 백을 공략해온 흑의 강공에 맞서면서 우하귀에서 패를 결행했고 이 패의 공방 끝에 우상귀 쪽 ‘빵 따냄’과 바꿔치기를 택하면서 반전의 계기를 만들었다. 결정타는 좌변 접전. 미생마끼리 엮인 좌변에서 백의 형태에 얽힌 흑 넉 점을 씌워 중앙으로 끌어낸 뒤 수상전을 유도한 수읽기가 압권이었다. 188수 끝 백불계승.

제3국은 최정(백)과 김채영(흑)의 대결. 나란히 연승가도를 질주하다가 김채영이 먼저 8승에서 멈췄고 최정은 10연승을 달려왔기 때문에 이 경기의 예상도 <보령 머드> 쪽으로 기울어 있었다. 그런데 1:1의 상황에서 최정이 남아 있으면 그 경기는 무조건 <보령 머드>의 승리라는 공식이 깨졌다. 대 김채영전 15승 2패의 압도적인 승률을 자랑하던 최정도 패배의 신을 비켜가진 못했다. 승부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허무하게 결정됐다. 최정답지 않은 실수였다. 중반전 우변 접전 중 이어주면 그만인 곳을 호구하는 바람에 선수로 백 일단이 끊기면서 순식간에 AI승률이 흑(김채영) 쪽으로 기울었다. 백이 실리로 도저히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 좌상 쪽과 하변에서 중앙으로 흘러나온 흑 대마를 공격하면서 맹렬한 추격전을 펼쳤으나 집의 차이를 1집반까지 좁히는 데 그쳤다. 김채영은 대마가 공격당하면서도 마지막까지 큰 실수 없이 마무리해 최정의 2020 여자바둑리그 11연승(국내 여자바둑 58연승)을 저지하며 팀의 승리를 결정하는 기쁨을 맛봤다. 318수 끝 흑 1.5집승.

승리한 <서울 부광약품>은 연패를 끊으며 3위로 한 계단 올라섰고 패배한 <보령 머드>는 2연패를 기록하며 4위로 내려앉았다.

2020 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 총 56경기, 168국으로 3판 다승제(장고 1국, 속기 2국)로 겨루며 두 차례의 통합라운드를 실시한다. 9월에 열리는 포스트시즌을 통해 정규리그 상위 4개팀이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으로 열리는 스텝래더 방식으로 여섯 번째 우승팀을 가려내는데 단판으로 열렸던 준플레이오프는 2경기로 늘렸다. 3위 팀은 1경기 승리 또는 무승부일 때, 4위 팀은 2경기 모두 승리해야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을 수 있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전년과 동일한 3경기로 열린다. 바둑TV를 통해 매주 월~목요일 오전 10시에 중계됐던 여자바둑리그는 이번 시즌부터 목~일요일 오후 6시 30분으로 옮겨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2020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상금은 각 순위별 500만원 인상해 우승팀에게는 5500만원이, 준우승 3500만원, 3위 2,500만원, 4위 1,500만원이 주어진다. 우승상금과 별도로 책정되는 대국료는 전년과 동일한 승자 100만원, 패자 30만원이다.

▲ 11라운드 1경기 시작을 알리는 이성재 심판위원.

▲ 제1국에 출전한 <서울 부광약품> 4지명 정유진. 아직 성적은 나쁘지만 권효진 감독의 기대가 큰 새내기다.

▲ <보령 머드> 3지명 김경은이 정유진의 상대로 나섰다. 3지명이지만 슬럼프에 빠진 2지명 강다정의 역할을 커버해야 한다.

▲ 제1국의 신예들은 첫 대결. 한 해 먼저 리그에 발을 내딛은 김경은이 그만큼 낫다고 할까.

▲ <보령 머드>는 슬럼프에 빠진 2지명 강다정이 살아나야 포스트시즌을 제대로 치를 수 있다. 제2국 임전소감으로 마음을 비우겠다고 했는데..

▲ 리그 4위권의 성적으로 고공비행 중인 <서울 부광약품> 2지명 김미리, 제2국 출전. 침착한 반면운영을 보면 어쩐지 질 것 같지 않다.

▲ 상대전적은 강다정이 2승 1패로 앞서지만 결과는 반대가 됐다. 두텁고 신중했던 기풍이 조급하고 거칠어졌다. 부진 탈출 실패.

▲ 예전엔 최정 선수랑 두게 되면 준비를 많이 했는데 하도 많이 지다 보니 이젠 그냥 마음 편히 둬요. 그래도 "(최정)고마 해라. 마이 무따 아이가!"


▲ 제3국에서 11연승에 도전하는 최정. 관계자들이 최정의 연승을 저지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상대로 꼽은 김채영과 만났는데..

▲ 최정과 김채영의 상대전적. 랭킹 1, 2위의 전적이라기엔 좀..

▲ 실리 부족으로 쫓기다가 우변 전투 중 우하귀에서 패를 결행해 반전의 계기를 만든 김경은. 좌변 대마와 연계된 중앙전의 수읽기가 인상적이었다. 역전승으로 승률 50%를 맞췄다.

▲ 강하면 부러진다. 정유진이 명심해야 할 격언. 최상위 랭커들과 맞붙어도 대등한 경기력을 펼칠 만큼 파이팅이 좋지만 승부처에서 지나치게 강하게 밀어붙이다 빈틈을 노출시키는 치명적 단점이 있다. 승부처의 완급조절이 관건.

▲ 최정의 11연승을 저지하며 2승 15패의 열세를 극복해낸 김채영. 팀의 연패까지 시원하게 끊어버린 천금의 1승이었다.

▲ 왜 그랬을까. 어려운 장면도 아니었는데..패신에 홀린 것 같은 느낌. 단절을 자초한 우상변의 호구는 최정답지 않은 실수였다. 사실상 패착. 맹렬한 추격전을 폈으나 실리의 격차가 너무 컸다.

▲ 11라운드 1경기가 끝난 현재 각 팀 순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