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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위 부안 곰소소금, 3위 포항 포스코케미칼 꺾고 준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
부진했던 이유진, 3지명 맞대결에서 ‘조커’ 권주리 꺾고 에이스 오유진이 팀의 승리 결정
  • [한국여자바둑리그]
  • 2020-08-26 오후 7:30:06
▲ 준플레이오픈 1차전에서 패하면 그대로 탈락하는 <부안 곰소소금>이 배수의 진을 치고 제1, 2국을 쓸어담으며 2차전을 예약했다. 에이스 오유진과 3지명 이유진 승리 인터뷰.

8월 26일(수요일) 오후 4시, 홍익동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정규리그 3위(8승 6패) 포항 포스코케미칼(이영신 감독)과 4위(7승 7패) 부안 곰소소금(김효정 감독)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펼쳐졌다.

파란만장한 정규리그를 마치고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두 팀은, 전반기에 부진을 거듭하다가 후반기의 반전으로 포스트시즌까지 밟았다는 동병상련의 과정을 겪었지만 팀컬러는 전혀 다르다. <포항 포스코케미칼>의 고행은 오랜 휴식기를 거쳐 돌아온 1지명 박지은이 혹독한 연패의 부진에 빠진 게 주원인이지만 <부안 곰소소금>이 1지명 오유진, 2지명 허서현이 안정적인 성적을 유지했는데도 가시밭길을 걸었던 이유는 지난해 우승의 강력한 지원군이었던 용병 후지사와 리나가 코로나19 때문에 합류하지 못한 데다 1, 2지명의 승패가 엇갈릴 때 빈틈을 메워주던 3지명 이유진이 시즌 내내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두 팀은 전, 후반기에 각각 1승씩 나눠가졌는데 전반기에는 <포항 포스코케미칼>이 2, 3지명 김다영, 권주리를 앞세워 2-1의 승리를 챙겼고 후반기에는 <부안 곰소소금>이 1, 2지명 오유진, 허서현의 ‘원투펀치’를 살려 2-1로 반격했다. 통합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포항 포스코케미칼>은 권주리 2승, 김다영 1승 1패, 박지은 2패. <부안 곰소소금>은 오유진 2승, 허서현 1승 1패, 이유진 1패, 김상인 1패. 일부러 약속한 것도 아닌데 1~3지명이 전, 후반기에 같은 선수를 상대로 맞붙은 결과다(부안 곰소소금은 전, 후반기 3, 4지명).

드러난 성적으로만 볼 때 <부안 곰소소금>의 조커는 1지명 오유진(10승 4패)인데 <포항 포스코케미칼>은 3지명 권주리(정규리그 10승 3패)가 팀의 승리를 결정하는 조커 역할을 해왔다. 승부의 키는 2지명 격돌로 1승 1패를 기록한 김다영, 허서현이 쥐고 있으며 그만큼 두 팀의 승부는 오더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 같다.

사전에 공개된 오더는 <포항 포스코케미칼>이 조금이라도 나아 보인다. 오유진(부안 곰소소금)과 김다영(포항 포스코케미칼)의 제1국(장고대국)은 리그 성적도 좋고 상대전적에서 6승 3패로 앞선 오유진 쪽으로 기울고 이유진(부안 곰소소금)과 권주리(포항 포스코케미칼)의 제2국은 3지명 맞대결이지만 관록의 이유진보다 정규리그에서 1지명의 기량을 발휘해온 권주리가 상대전적에서도 2승 1패로 앞선 만큼 승리가 유력하다. 물론, 이유진도 슬럼프 상태지만 ‘팀이 꼭 필요할 때 승리를 안겨주는 선수’라 방심하면 언제든 상황은 뒤집힐 수도 있다.

예상대로 진행된다면 1승 1패의 상황에서 박지은(포항 포스코케미칼)과 허서현(부안 곰소소금)의 제3국이 승부판이 된다. 아무래도 큰 승부 경험이 많은 박지은 쪽으로 기울지만 허서현이 ‘승부판’이라는 중압감을 이겨낼 수 있다면 극복하지 못할 정도의 격차는 아니다. 휴식기의 후유증에서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박지은의 컨디션이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진행은 오후 4시, 김진훈 심판위원의 대국 개시 선언에 맞춰 바둑TV 생방송 중계(진행-배윤진 캐스터, 해설-홍성지 해설위원)로 제1, 2국이 시작됐다.

제2국이 끝났다. 정규리그의 성적, 상대전적을 비교했을 때 <포항 포스코케미칼> 권주리의 승리가 유력하다고 했으나 <부안 곰소소금> 이유진이 ’슬럼프 상태라도 팀이 꼭 필요할 때 승리를 안겨주는 선수’라는 말을 그대로 실현했다. 흑을 쥔 권주리의 우하 쪽과 좌하 쪽 취향이 너무 거칠었다. 큰 승부에 긴장한 탓인지 침착한 반면운영으로 전국의 흐름을 주도하던 정규리그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오히려 이유진이 좌하 쪽 접전으로부터 50여 수가 흐른 이후 AI승률 70% 이상의 우세를 유지하면서 단 한 차례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종반에 실리의 격차를 더 벌리며 승리를 굳혔다. 팀의 승부가 좌우되는 대국이었기 때문에 돌을 거두지 못하고 끝까지 진행했으나 끝내기로 따라잡을 수 있는 차이가 아니었다. 298수 백 15.5집 승

예상과 달리 제2국에서 이유진이 <포항 포스코케미칼>의 ‘조커’ 권주리를 꺾으면서 팀의 승부도 예상을 뒤엎는 반전, <부안 곰소소금>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포스트시즌 규정은, 제1국에서 오유진이 승리하면 제3국으로 이어지지 않고 그대로 <부안 곰소소금>의 2-0으로 경기를 끝낸다. 제2국이 끝났을 때 제1국의 상황은 흑을 쥔 오유진이 AI승률 90%를 넘어서고 있었다. 종반으로 갈수록, 끝내기로 접어들 때 우위를 점하면 역전을 허용하지 않는 반면운영 능력을 생각할 때 오유진의 승리, <부안 곰소소금>의 1차전 승리는 확정적이다. 종반의 이변은 없었다. 예상대로 오유진의 완벽한 마무리로 집의 차이가 더 커지면서 김다영이 돌을 거두었고 팀의 승부는 <부안 곰소소금>이 가져갔다. 184수 흑 불계승

<포항 포스코케미칼>의 반격이냐, 기세가 오른 <부안 곰소소금>의 연승이냐. 플레이오프 진출 결정전, 준플레이오프 2차전은 27일 오후 4시에 이어진다.

2020 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 총 56경기, 168국으로 3판 다승제(장고 1국, 속기 2국)로 겨루며 두 차례의 통합라운드를 실시한다. 9월에 열리는 포스트시즌을 통해 정규리그 상위 4개팀이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으로 열리는 스텝래더 방식으로 여섯 번째 우승팀을 가려내는데 단판으로 열렸던 준플레이오프는 2경기로 늘렸다. 3위 팀은 1경기 승리 또는 무승부일 때, 4위 팀은 2경기 모두 승리해야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을 수 있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전년과 동일한 3경기로 열린다. 바둑TV를 통해 매주 월~목요일 오전 10시에 중계됐던 여자바둑리그는 이번 시즌부터 목~일요일 오후 6시 30분으로 옮겨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2020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상금은 각 순위별 500만원 인상해 우승팀에게는 5500만원이, 준우승 3500만원, 3위 2,500만원, 4위 1,500만원이 주어진다. 우승상금과 별도로 책정되는 대국료는 전년과 동일한 승자 100만원, 패자 30만원이다.

▲ 준플레이오프 1차전 제1, 2국의 시작을 알리는 김진훈 심판위원. 제3국은 제1, 2국 결과가 1승 1패일 때만 속개된다.

▲ 제2국에 출전한 <포항 포스코케미칼>의 권주리는 3지명이지만 팀내 성적이 가장 좋은(10승 3패) 승리카드, '조커'다.

▲ 정규리그에서 부진했지만(3승 7패) 그래도 팀이 원할 때 승리를 안겨준 선수가 <부안 곰소소금>의 3지명 이유진이다. 큰 승부일수록 믿고 내보낼 수밖에 없다. 제2국의 3지명 맞대결은 김효정 감독이 의도한 오더라는데..

▲ 흑을 쥘수록, 장고대국일수록 성적이 좋은 <부안 곰소소금> 1지명 오유진. 제1국(장고대국)에서 흑을 쥐었다. 일단, 순조로운 스타트.

▲ 장고대국에 출전한 <포항 포스코케미칼> 2지명 김다영. 기복을 보이는 불안정함이 걸리지만 기량만큼은 1지명급이다. <부안 곰소소금>의 '조커' 오유진을 잡으면 팀이 편하게 이기는 구도가 된다.

▲ <부안 곰소소금>은 서운할 수도 있지만 제2국은 '권주리의 승리'를 예상한 사람이 많았다. 상대전적도 앞섰으나 권주리의 정규리그 성적이 워낙 좋았다. 그런 예상 앞에서 시위하듯 이유진이 이겼다. 우위를 점한 뒤 단 한 차례도 역전을 허용하지 않은 완승이다. 여기서 사실상 <부안 곰소소금>의 승리도 결정됐다.

▲ 큰 승부에 대한 긴장 탓일까. 제2국에서 권주리가 보여준 내용은 정규리그와 많이 달랐다. 우하 쪽과 좌하 쪽에서 보여준 취향과 선택은 실속없이 과격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따라붙었으나 실리의 격차가 너무 컸다.

▲ <부안 곰소소금>의 '조커' 오유진은 자신의 스타일 그대로 승리했다. 초반에 박빙으로 밀리는 듯한 판짜기, 그러나 종반에 주도권을 잡기 쉬운 그림을 잘 그려낸다. 비슷하거나 조금이라도 앞선 상태에서 종반으로 넘어가면 사실상 승리는 오유진의 것이다.

▲ 중반까진 잘 어울렸다고 생각했는데 <포항 포스코케미칼> 김다영에게 역전의 기회는 오지 않았다. 흑(오유진)이 우변 두 곳의 끝내기를 선수로 해치운 뒤 상변을 선수로 넘고 우하귀를 막아서는 승부 끝.

▲ "턱걸이로 (포스트시즌에)올라왔는데 이겨서 기분 좋아요." <부안 곰소소금> 오유진, 이유진 승리인터뷰, 이제 핸디캡은 사라졌다. 어느 쪽이든 2차전에서 이기는 팀이 플레이오프전 진출이다.

▲ 준플레이오프 1차전 승부 결과는 이렇습니다.

▲ 준플레이오프 2차전(27일)부터 향후 포스트시즌 일정. 준플레이오프가 끝나면 9월로 넘어간다. 코로나19도 지구밖으로 가을여행을 떠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