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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안 곰소소금, 포항 포스코케미칼에 연승 거두며 플레이오프 진출
에이스 오유진이 디딤돌 놓고 2지명 맞대결에서 허서현의 짜릿한 반집승으로 날아올라
  • [한국여자바둑리그]
  • 2020-08-27 오후 8:25:23
▲ <부안 곰소소금>이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을 모두 2-0으로 끝냈다. 두 경기 모두 선봉승은 '조커' 오유진의 몫. 1차전의 마무리는 3지명 이유진, 2차전은 2지명 허서현이 해냈다.

8월 27일(목요일) 오후 4시, 홍익동 한국기원 지하1층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정규리그 3위(8승 6패) 포항 포스코케미칼(이영신 감독)과 4위(7승 7패) 부안 곰소소금(김효정 감독)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펼쳐졌다.

1차전에서 <부안 곰소소금>이 승리하면서 조건은 동등해졌다. 이제부터는 심장싸움이다. 사전에 공개된 오더는 원점으로 돌아가 1, 2지명이 정면충돌했던 정규리그와 똑같은 양상이 됐다. 장고대국으로 펼쳐지는 제1국에선 김다영(포항 포스코케미칼 2지명, 7승 7패)과 허서현(부안 곰소소금 2지명, 7승 7패)이 2020 여자바둑리그에서만 세 번째로 맞붙는다. 전, 후반기에 1승씩 나눠가졌으니 이 대국이 진짜 ‘승부판’인 셈이다. 두 선수는 물론, 팀의 승부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끼칠 게 틀림없다. 상대전적은 김다영이 3승 2패로 한 발 앞서있다.

제2국에는 하루 전, 팀의 패배를 그냥 지켜봐야 했던 박지은(포항 포스코케미칼 1지명, 4승 9패)이 제1국과 마찬가지로 오유진(부안 곰소소금 1지명, 10승 4패)과 이번 리그에서만 세 번째로 격돌한다. 정규리그 성적이나 상대전적(오유진 기준 9승 3패)의 격차가 크고 휴식기 후유증에서 채 회복되지 않은 박지은의 부담이 큰 승부가 되겠다.

오더에 실린 <부안 곰소소금>의 속내는 하루 전 승리의 기세를 몰아 2차전의 승부를 제1, 2국에서 끝내고 싶은 것으로 보인다. 제3국으로 승부를 넘기면 3지명 맞대결이 리턴매치로 이어질 텐데 하루 전, 의표를 찔렸던 권주리가 설욕의 칼을 갈고 있는 곳으로 이유진을 다시 보내는 건 어쩐지 <포항 포스코케미칼>의 계산대로 끌려가는 느낌이다. 승부야 어떻게 전개되고 막을 내릴지 알 수 없으나 밤이 길어지면 어지러운 꿈도 길어지는 법니까.

예상은 예상일 뿐 결과는 누구도 끝날 때까지 알 수 없다. 준플레이오프 2차전 진행은 오후 4시, 이현호 심판위원의 대국 개시 선언에 맞춰 바둑TV 생방송 중계(진행-김여원 캐스터, 해설-최명훈 해설위원)로 제1, 2국이 시작됐다.

제한시간 10분, 초읽기 40초 5회의 속기로 진행된 제2국이 먼저 끝났다. 피차 플레이오프 진출을 앞둔 상태에서 뒤가 없는 상황이라 초반부터 팽팽한 긴장 속에 시작된 대국은 오유진(흑)이 좌, 우하귀를 차지하면서 우변에 세력의 형태를 만들었고 박지은(백)은 하변 세력을 넓게 펼치며 좌, 우상귀를 차지하면서 국면을 분할했다. 우상 쪽에서 쌍방 작은 실수를 교환하는 실랑이가 있었으나 흑이 두터운 절충으로 정리. 백중세로 어울린 장면에서 흑이 좌하 쪽 백 대마를 엿보며 좌상 쪽을 눌러갔을 때 손을 돌린 백이 하변을 건너고 우하방면 흑의 두점머리를 젖힌 수가 완착이었다. 부분적으로 기분 좋은 곳이지만 좌상 쪽이 더 급했다. 좌상 쪽 백이 눌리고 중앙이 어두워지면서 확연한 흑의 우세. 중반 이후 우위를 점하면 역전을 허용하지 않는 오유진의 종반 운영능력이 다시 빛을 발했다. 애초 백이 젖혔던 흑의 약점을 잇고 거꾸로 백을 끊어 잡으면서 중앙을 키워서는 흑의 승리 확정. 275수 끝 흑 불계승.

턱걸이로 포스트시즌에 올라선 <부안 곰소소금>의 기세가 무섭다. 제2국에서 에이스 오유진이 승리한 데 이어 장고대국으로 펼쳐진 제1국에서도 2지명 허서현이 <포항 포스코케미칼>의 2지명 김다영을 반집으로 따돌리고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을 결정했다. 초반부터 서로 여유를 주지 않는 접전이었다. 흑(김다영)의 세력, 백(허서현)의 실리로 갈라진 대국은, 중반까지 하변과 좌변에 세력을 구축하고 중앙에 두터움을 쌓은 흑이 나쁘지 않았다. 흑이 하변을 지키지 않고 좌하귀 쪽 백 한 점을 끊어잡으며 백 대마를 공격하면서 변화가 발생했는데 백을 하변으로 내몰아 공격하다가 큼직했던 하변 세력을 쑥밭으로 망가뜨린 손해가 컸다. 흑도 여러 차례 기회가 있었고 시종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종반 끝내기 무렵에는 반집을 다투는 형세로 극미해졌는데 좌상 쪽 흑의 착각에 편승한 백이 승기를 잡았다. AI승률 프로그램조차 흑백을 오락가락할 만큼 숨 막히는 반집 승부. ‘운명의 여신’은 끝내 <부안 곰소소금>의 손을 들어주었다. 293수 끝. 백 반집승.

한 경기만 패해도 탈락하는 4위의 핸디캡을 안고 배수의 진을 친 <부안 곰소소금>은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을 모두 2-0으로 끝내고 오는 9월 4~6일(모든 경기 오후 4시) 정규리그 2위 <여수 거북선>과 플레이오프 1~3차전을 갖는다.

2020 여자바둑리그는 8개 팀이 더블리그(14라운드) 총 56경기, 168국으로 3판 다승제(장고 1국, 속기 2국)로 겨루며 두 차례의 통합라운드를 실시한다. 9월에 열리는 포스트시즌을 통해 정규리그 상위 4개팀이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으로 열리는 스텝래더 방식으로 여섯 번째 우승팀을 가려내는데 단판으로 열렸던 준플레이오프는 2경기로 늘렸다. 3위 팀은 1경기 승리 또는 무승부일 때, 4위 팀은 2경기 모두 승리해야만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을 수 있다.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은 전년과 동일한 3경기로 열린다. 바둑TV를 통해 매주 월~목요일 오전 10시에 중계됐던 여자바둑리그는 이번 시즌부터 목~일요일 오후 6시 30분으로 옮겨 더 많은 팬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2020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상금은 각 순위별 500만원 인상해 우승팀에게는 5500만원이, 준우승 3500만원, 3위 2,500만원, 4위 1,500만원이 주어진다. 우승상금과 별도로 책정되는 대국료는 전년과 동일한 승자 100만원, 패자 30만원이다.

▲ 지금부터 준플레이오프 2차전 대국을 시작합니다. 이현호 심판위원.

▲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도 제1국에 출전한 <포항 포스코케미칼> 2지명 김다영. 이번엔 2지명 맞대결이다.

▲ 제1국에 출전한 <부안 곰소소금> 허서현은 2020 여자바둑리그에서만 김다영과 세 번째 2지명 격돌이다.

▲ <부안 곰소소금>의 오유진은 이번 리그에서 흑번필승인데 또 흑을 쥐었다. 상대는 1지명 격돌로만 세 번째 만나는 <포항 포스코케미칼> 박지은.

▲ 사전 약속도 없이 이렇게 딱딱 마주치는 건 도대체 무슨 인연이야? 그만 좀 보면 안되겠니?

▲ 정규리그의 고난은 보약이었나.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에서 2승을 거두며 <부안 곰소소금>의 '조커'임을 입증한 오유진.

▲ 2020 여자바둑리그는 <포항 포스코케미칼> 박지은에게 혹독한 시련을 안겨주었다. 예전에도 이런 부진을 경험한 적이 있었나..?

▲ "상변 1선에 젖히는 수는 선수 1집인줄 알았는데요.." 당하는 순간 아찔했던 허서현. 그래도 '운명의 여신'은 허서현의 손을 들어주었다. 반집!

▲ 제1국은 시종 엎치락뒤치락하던 난타전이었다. <포항 포스코케미칼> 김다영에게도 승리의 기회는 많았다. 좌상귀 쪽 착각만 없었어도..

▲ "우리 팀(턱걸이로 올라왔지만) 이제는 기세가 올라서 <여수 거북선>도 이길 겁니다." 오유진 9월 4~6일 플레이오프 1~3차전 선전 포고.

▲ 준플레이오프 1, 2차전은 이렇게 끝났습니다.

▲ 남은 포스트시즌 일정은 9월로 넘어갑니다. 코로나19도 태풍 '바비'를 따라 먼 우주로 가을여행을 떠나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