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바둑 두는 여자는 아름답다!”
Home > 뉴스/사진 > 뉴스
고춧가루 부대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
부담 내려놓은 부안 새만금잼버리, 순천만국가정원에 2-1 승리
  • [한국여자바둑리그]
  • 2021-07-26 오전 8:31:13
▲ 팀 승리를 결정지은 부안 새만금잼버리 이도현. 후반 정리 능력이 탁월했다.

리그 종반이면 어김없이 나타난다는 '고춧가루 부대'의 활약이 시작되었다.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에서 멀어진 부안 새만금잼버리가 갈 길 바쁜 순천만국가정원의 발목을 잡았다. 지독히도 안 풀리던 이번 시즌이었는데 부담감을 내려놓고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승부에 임하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

7위와 8위가 만난 10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8위 부안 새만금잼버리가 7위 순천만국가정원을 2-1로 꺾었다. 부안 새만금잼버리는 6라운드 첫승에 이어 두 번째 승리를 기록했다. 순위는 변동 없이 그대로 유지됐다.

6년째 부안 팀을 맡고 있는 김효정 감독은 국후 인터뷰에서 '선수들이 워낙 좋은 바둑을 많이 놓쳐서... 저도 선수들도 그 어느 때보다도 힘든 시즌이었다'라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놓았다. 이어 '포스트시즌 진출은 힘들지만 최대한 승수를 많이 챙겨서 5위까지는 올라가 보고 싶다'라는 포부를 밝혀 남은 상대팀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순천만국가정원의 입장에서는 이미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에서 탈락한 팀에게 당한 패배라 더욱 뼈아팠다. 이번 경기 패배로 3승 7패가 된 순천만국가정원은 포스트시즌 진출이 힘겨워졌다. 아예 무산된 것은 아니지만 확률이 희박하다. 일단 남은 4경기를 모두 이겨야 하고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는 삼척 해상케이블카와 8위의 부안 새만금잼버리가 순천만국가정원과 경쟁하는 중위권 팀들을 잡아주어야만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려볼 수 있다.


▲ 2국 오유진-강지수. 순천만국가정원 주장 오유진이 승리하며 선취점을 올렸다. 상대 전적 격차도 3-0으로 벌려놓았다.

▲ 1국(장고대국) 김다영-장혜령. 부안 새만금잼버리 주장 김다영이 승리하며 스코어를 1-1로 맞췄다. 상대 전적은 3-0이 되었다.

10라운드 4경기 오더는 1,3지명 크로스매치와 2지명 맞대결. 상대 전적도 팽팽하다. 각 팀 1지명이 3지명에게 2-0으로 앞서고 2지명 맞대결은 1-1의 호각.

예상대로 2국에서는 순천만국가정원 1지명 오유진이 부안 새만금잼버리 3지명 강지수를 꺾었고 1국에서는 부안 새만금잼버리 주장 김다영이 순천만국가정원 3지명 장혜령에게 승리했다. 강지수와 장혜령 모두 AI 승리 확률을 80%까지 끌어올리며 1지명과 대등한 경기를 펼치는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승리로 연결시키지는 못했다.

각 팀의 주장이 한판씩 가져가며 스코어는 1-1. 자연스럽게 3국 2지명 맞대결에 이목이 쏠렸다.


▲ 3국 이도현-박태희. 전반기에 이어 다시 한번 성사된 2지명 맞대결. 이도현이 승리를 가져가며 팀 승리를 결정지었다.

초반은 박태희가 압도적으로 리드했다. 불리해진 이도현은 좌변 전투에서 포인트를 올리며 차근차근 따라붙었고 결국 바둑은 미세한 끝내기 승부가 됐다. 정리할 곳이 많아 끝내기가 정말 어려운 바둑이었는데 후반 이도현의 정리 능력이 빛을 발했다. 마지막엔 해프닝이 일어날만한 장면이 나오기도 했지만 두 선수 모두 못 보고 지나치면서 무난하게 종국되었다.

▲ [박태희(흑)-이도현] 백1~5로 둔 장면. 백1,5는 A로 끊는 수를 간과한 수였다.

▲ 실전 진행. 흑도 끊는 수를 보지 못했고 평범하게 진행되어 백이 3.5집 이겼다.

▲ [만약에 1] 이렇게 두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AI는 쌍방 최선으로 두어간다면 백이 반집은 남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계산하기 어려운 끝내기가 많아 이후 수순을 정확히 두어가기란 쉽지 않다. 또 실전에 흑5를 당한다면 백의 입장에서는 심리적으로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 실전에 이렇게 두었다면, 정말 어려운 반집 승부였을 것이다.

▲ [만약에 2] 실전은 이대로 종국이 되었는데, 백이 A로 이으면 수가 나는 것일까, 안 나는 것일까?

▲ 백1로 이었을 때 흑2로 막는 것이 일감. 하지만 이렇게 두면 수가 난다. 흑4가 좋은 수로 백이 안되는 것 같지만...

▲ 흑▲로 두었을 때 백1로 먼저 젖혀놓는 수가 좋다. 이전 참고도와 달리 A의 곳이 자충이 되어 둘 수 없다.

▲ 백1로 둘 때 흑도 2로 막는 게 정수로 한수 늘어진 패가 된다. 흑이 유리한 패이긴 하지만 어쨌든 수가 난다.

▲ 다시 돌아가서 백▲로 뒀을 때 결론은 '수가 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흑1.

▲ 백4로 둘 때 A가 아니라 5로 둘 수 있어서 백을 잡을 수 있다. (*흑1로 흑3에 먼저 두어도 됨. 흑1,3은 수순이 바뀌어도 결과는 같음.)

▲ 흑2로 가만히 한집을 내면 백이 죽었다.

▲ 이렇게 두어도 마찬가지. 흑5로 한집 내는 수가 좋다. 백은 정확히 수읽기가 됐거나 계가가 됐기 때문에 굳이 수를 내러가지 않았을 것이고 그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하지만 관전자들은 실전에 이 수를 두어 궁금증을 해소시켜주길 원했을 것 같다.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에도 이도현이 승리를 가져갔다. 전반기에는 팀의 영봉패를 막는데 그쳤던 이도현의 승리가 후반기에는 팀 승리를 결정짓는 결정타가 됐다.

25일 열린 10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 부안 새만금잼버리가 순천만국가정원에 2-1 승리를 거두면서 고춧가루 부대의 출격을 알렸다.

2021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는 29일 서귀포 칠십리와 서울 부광약품의 11라운드 1경기로 이어진다. 11라운드 대진은 26일 오후에 공개된다.



▲ 여자 랭킹 2위 오유진을 맞아 졌지만 잘 싸운 강지수.

▲ 이번 시즌 7승 3패. 개인 다승 3위에 올라있는 오유진.

▲ 주장 김다영을 맞아 팽팽하게 맞섰지만 끝내 패한 장혜령.

▲ 리그 초반 부진을 만회하고 있는 김다영.

▲ 이번 시즌 잘 풀리지 않고 있는 박태희.

▲ 순천만국가정원 검토실.

▲ 부안 새만금잼버리 검토실.

▲ 김효정 감독과 김다영의 승자 인터뷰. 선수들이 후반기에 승리를 거둬서 전반기 아픔을 씻어냈으면 좋겠고 좋은 기억으로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김효정 감독)

2021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의 정규리그는 8개 팀 더블리그로 진행되며 총 14라운드, 56경기, 168국이 치러진다. 정규리그 상위 4개 팀이 9월에 시작되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한다. 제한 시간은 장고바둑의 경우 각자 1시간에 40초 5회의 초읽기, 속기바둑은 각자 10분에 40초 5회의 초읽기가 주어진다. 정규리그의 모든 대국은 매주 목~일요일 6시 30분 바둑TV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

한국기원이 주최·주관하고 NH농협은행이 후원하는 2021 NH농협은행 한국여자바둑리그의 팀 상금은 우승 5500만 원, 준우승 3500만 원, 3위 2500만 원, 4위 1500만 원으로 지난 시즌과 동일하다. 팀 상금과 별도로 정규리그에 지급하는 대국료는 매판 승자 130만 원, 패자 40만 원으로 지난 시즌보다 각각 30만 원, 10만 원이 인상됐다. 이번 시즌부터는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 후보 선수에게 10만 원의 미출전 수당이 지급된다.